일본 수출규제, 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일본 수출규제, 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 이선홍
  • 승인 2019.08.1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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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가 혼란스럽다. 우리의 최대의 무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날이 거듭할수록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보단 갈수록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세계 환율이 들썩이며 눈치싸움이 시작된 지금 대한민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을 상대로 유례없는 경제전쟁까지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지난 8월 2일 예상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오는 28일부터는 일본이 한국에 소재·부품을 수출할 때 지금까지는 3년 단위로 ‘일괄포괄허가’를 받으면 일주일 안에 통관 마무리가 가능했지만, ‘개별허가’로 변경돼 통관 절차가 최대 90일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번 조치로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뿐만 아니라 로봇, 탐소섬유 등 미래산업 발전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탄소산업을 새로운 전북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지원하고 있는 지역경제에도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전북도가 지역주력산업과 관련된 1,344개 도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의 3.5%인 47개 사가 일본으로부터 핵심소재 부품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발빠른 대응으로 1년분까지 재료를 비축해 두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향후 수출규제의 강도가 높아지고 품목이 늘어난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최대한 상처가 깊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손을 써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되볼아보고 미흡한 점을 찾아 재정비해야 한다. 전 세계의 무역 분쟁은 계속해서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었으며,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않도록 정부와 기업의 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대규모 설비투자에 의존해 발전한 제조업으로 완성품 생산을 중심으로 고속·압축 성장을 이루어 왔다.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핵심 소재 부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상대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먼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루트의 다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한 나라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품에 대해서는 분산시킬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소재·부품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협업을 통한 미래소재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지원, 그리고 전문화된 소재·부품 강소기업의 육성 등 우리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차원의 중장기적인 대응방안이 정착하기까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분명히 큰 상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그 상처는 크게 남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 기업들이지만 당장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우리 경제의 구조와 산업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기가 예상된다. 비록 기업에게는 혹독한 시간이 되겠지만, 이 시기를 잘 견뎌낸다면 미래의 우리 경제에 보약이 될 것이 분명하다. 기업과 국민들의 힘겨운 싸움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하나가 되어 지금의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이선홍<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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