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비극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비극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08.15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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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가 3.1 기미독립선언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또한 오늘은 광복 74주년의 뜻깊은 날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들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4.27 판문점 선언, 7.2 남북미 정상 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번영의 기틀이 새롭게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최근 한반도의 정세는 사뭇 엄중하다. 그 이유는 순전히 일본 탓이다. 지난 36동안 우리민족에게 불행을 안겨주었던 그들이 또 다시 가해자가 되어 소위 ‘기해왜란(己亥倭亂, 2019년의 경제보복 전쟁을 일컫는 필자의 견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본이 강제 징용자에 대한 우리 법원의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고 수출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광복절은 우리에게 미래로 나가는 청사진을 펼치지 못한 채 과거에 묶여 있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광복절 날, 필자는 일본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사실 그들은 우리와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깝지만, 언제나 우리에 불행과 고통을 준 나쁜 가해자였다. 고려 말의 왜구들은 남해안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면서 약탈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켜 이 강산을 도륙하였다. 뒤이어 1876년의 병자수호조규는 침략의 출발점이 되었고, 1910년 강제합방 이후 36년 동안 우리민족은 그들로부터 갖은 박해와 수모를 당했다. 1945년 광복이 되었지만, 우리는 다시 남북으로 갈라섰다. 이것 또한 그들이 남긴 불행의 상처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난날의 침략과 과오에 대하여 일말의 참회와 고백도 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억지 주장으로 우리를 압박해 오고 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성급하게 체결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지난날의 잘못에 대하여 따지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들은 탄탄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주눅 들게 했고, 우리들은 그들의 기술과 학문을 베끼기에 바빴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생존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했고 변명하기에 바빴다. 우리 땅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렸고,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등의 문제를 축소하고 감추기에 바빴다. 최근의 경제보복도 그들의 잘못을 감추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불만을 가진 그들이 그 보복으로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시켰다.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하자 그들은 안보상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둘러대기에 바빴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두려움은 한갓 기우(杞憂)였을까.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결연한 자세로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하였고, 국민들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면서 ‘제2의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자발적으로 일어난 시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더 이상 대한민국이 나약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화가 난다. 기미독립선언 100주년, 광복 74주년의 현주소가 여전히 일본의 침략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 이유는 그 동안 우리가 불행한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였는데, 우리는 지금껏 이 불행한 역사를 통해서 무슨 얻었을까.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를 앞세워 정권 유지에 바빴다. 일본의 패전 앞에 숨죽인 친일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들은 맹목적 충성을 다짐하며 또 다시 권력자로 부상하였다. 자신의 손아귀에 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박정희 정권의 1965년 한일기본조약은 개발원조에 반색했을 뿐 꼼꼼하게 살펴고 따져야 할 국민의 권리를 포기해 버렸다. 이런 ‘청산 없는 역사’가 이어지면서 우리는 안이했고, 당당한 권리 앞에서도 다시 보복을 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역사청산이 단 한 번만이라도 있었다면 경제보복 따위 같은 것이 결코 오늘의 문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언제나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로 남는다. 지금 당장 어렵고 불편하다 하여 외면해 버린다면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것처럼 그대로 또 미래세대의 불행으로 되돌아온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2의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불행한 역사와 단절해야 한다. 다행이 이번에는 결코 ‘지지 않겠다’는 결기 충만한 정부도 있고, 시민들의 깨어난 의식도 정파적 이익에만 급급한 정치가들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 매우 든든하다. 국민 역량을 집중하여 우리의 결연한 자세를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미처 갖추지 못한 기술과 소재 부품 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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