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 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 안도
  • 승인 2019.08.14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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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명사였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이제는 서민들이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말았다. 소주 1병이 4,000원, 삼겹살은 금겹살이 되어 200g에 14,000원이다 보니 이제는 귀족들의 이야기가 되고 서민들은 집에 가서 한숨 한번 들이쉬며 물 한잔으로 달래야 한다.

 ‘오늘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소주를 한 병을 마셨다. 30년 넘게 마셔온 술, 싫지도 좋지도 않으면서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술이었다, 그런데 요즘 내 인생에서 술이 무엇이었던가? 골똘히 생각 중이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밤이 오면 막다른 골목길 포장마차에서/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인생은 나를 위하여/단 한 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이제는 술 살 돈도 없다’

 어느 초로(初老)와 청년실업자의 푸념 섞인 수필과 시다. 이들에게서 술은 인생과 유착되어 바위처럼 박혀있고 지하수처럼 흐르는 물이었다. 시장한 퇴근길, 국솥의 김이 펄펄 올라오는 목로에 들어가 소주 한 잔 속이 짜르르하게 비우고 뜨거운 순댓국을 먹던 추억이 새롭다. 그 기운으로 지루하고 고단했던 시간을 버텨내고 아침이면 털고 일어나 다시 일터로 간다.

 그런데 서민도 아닌 나는 평소 의문점이 많았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다가 1병을 더 시키면 새로운 안주를 더 준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술을 주문하면 안주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있는 반찬에 술을 마시기 때문에 2,000원도 비싸다. 그런데 출고가의 몇 배를 폭리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요즈음 소주의 출고가는 65원 올랐다는데 식당 술값은 1,000원, 2,000원씩 뛰어 병당 4,000원, 5,000원이다. 주류제조사는 유통업체인 도매상에게 납품하고 도매상이 다시 편의점, 마트, 식당 등 소매상에게 납품하는 구조다. 이런 납품 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붙는다. 이처럼 제조회사가 직접 음식점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도매상을 통해 각 업소로 납품하는 구조인데, 도매상부터 마진을 10~20%가량 남기고 이를 납품받는 소매상 역시 마진을 남겨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식당에서 1,000원, 2,000원씩을 올리는 것은 완전 폭리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중간 유통 도매상이나 소매상 입장에서도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는 게 어쩌면 내심 반가울 수 있다며 가뜩이나 임대료, 인건비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출고가 인상을 핑계로 대폭 올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묵인하고 있으니 퇴근시간이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말은 주머니 사정으로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퇴근길에 서민들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대통령, 누구보다 국민의 아픔과 눈물을 공감할 수 있는 대통령, 친구 같고 이웃 같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소주가 이제는 서민들을 떠나고 있어 슬프다.

 식사를 곁들이는 술. 나는 여기에서 술이란 단어보다 건강과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떠올린다. 술이란 과하면 문제지만 적당하면 늘 행복감을 주는 일등공신이다. 누군가는 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정신병자들이 들끓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삼겹살과 소주 한 잔으로 대표하던 우리의 회식문화가 바뀔지도 모른다. 돼지고기값이 들썩이고 있는데다 소주값 까지 대폭 인상을 하니 서민들의 낙이었던 소주 한 잔도 어려워졌다.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 한판 구워놓고 소주 한 잔 마시며 시시콜콜 얘기로 웃으면서 애환과 스트레스를 날리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안도<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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