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속에서 섬들이 푸른별의 노둣돌로 피어나는 시인의 상상력
파도 속에서 섬들이 푸른별의 노둣돌로 피어나는 시인의 상상력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8.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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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섬·섬·섬으로 남아/ 머나먼 피안정토로 건너가는 / 푸른 별 노둣돌이 되려나 보다.”

 전북의 대표적 현역 시인 이운룡(82) 시인이 시집 ‘푸른 별 노둣돌’(이랑과이삭·1만 5,000원)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총 6부로 80편이 수록됐다. 세상을 보는 시인의 눈은 작은 것 부터 시작해 세상사의 이치와 우주를 훑고 있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잘 익은 밤처럼 드러나는 시인의 생각은 ‘다초점 시력’처럼 다각적으로 깊이 시상에 고찰하고 있다.

 이 시인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였던 혈기가 과거의 열정과 의욕이었다며 인생을 숙고하고 성찰하면서 자유인으로 존재 문제에 천착하려는 시정신과 시작(詩作) 태도가 나이든 시인의 소명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 표제의 ‘푸른 별’은 우주에서 본 지구고 ‘노둣돌’은 지구에서 우주공간을 건너다닐 별들이라며 미래의 인간이 ‘푸른 별’에서 ‘노둣돌’인 별들을 이웃처럼 왕래하리라는 상상 예감의 표제라며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상상력을 보였다.

 시인은 바다의 파도를 ‘뱉어난 물거품을 수평선 멀리 / 밀어붙이고 있다’는 표현으로 파도를 자연현상에서 확장시키고, 섬들을 ‘마음 아프다는 속말을 / 꾹꾹 눌러 삼키면서’라는 비유로 시상을 확장하며 미려한 시구를 드러냈다.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 박사인 정휘립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집의 제목에서 ‘푸른별’과 ‘노둣돌’은 교묘한 대척관계의 동질적 열설을 풀어냈다. 지구를 ‘초록별’로 칭하는 동화적 발상으로, ‘푸른별’과 ‘노둣돌’은 동격지칭인 반면, 가령 다음에 이어지는 ‘바라보다’라는 동사를 이으면 ‘푸른 별’은 이 땅에서 멀어진 격리체가 된다”며 시어가 가지는 상호관계성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현실-초월의 정신주의적 구도(求道)가 명료한 이 시는 시상 개진의 형식미에 있어서 교과서적이라 할 정도로 각 연이 균제미(均齊美)를 완벽하게 갖춰 기승전결의 각 단계를 착실히 밟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운룡 시인은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한남대 대학원(문학석사)과 조선대 대학원(문학박사)에서 차례로 수학했으며 지난 1964년부터 1969년까지 현대문학 3회 추천완료됐고, 1983년 월간문학 문학평론에도 당선됐다. 전북문인협회장, 표현문학회장, 전북문학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미당문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월간문학 동리상, 조연현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이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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