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東學)의 발상지 ‘교룡산성 덕밀암’
동학(東學)의 발상지 ‘교룡산성 덕밀암’
  • 김동수
  • 승인 2019.08.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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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0년 수운 최제우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인내천(人乃天)사상’을 기반으로, 봉건적 착취와 외세의 침략에서 벗어나려는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에서 동학(東學)을 창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제우가 동학을 전파하게 되자 유림들의 질시와 관(官)의 감시가 심해져, 이를 피해 자신이 주장한 바를 글로서 남기고자 1861년 겨울에 남원의 덕밀암(교룡산 선국사 말사)에 은거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 해 6월까지 동학을 밝히는 논학문(論學文)을 집필하고,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의 내용을 정리하여 ‘동학(東學)’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교룡산성 덕밀암(德密庵)은 최제우뿐만 아니라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백용성 스님이 처음으로 출가하여 수행한 암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남원의 교룡산성(蛟龍山城)은 동학과 3.1 독립만세운동의 발원지로서의 자취가 서려 있는 역사적 현장이다. 때문에 한국 사상사에 있어서 남원 교룡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때 그가 교룡산에서 부르던 <칼노래>가 당시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을 잘 대변하고 있다.

 시대여 시대여 나의 시대여/ 다시는 오지 못할 나의 시대여

 만세에 한번 태어난 대장부가/ 오만 년만에 때를 만났도다.

 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쓰고 무엇하리./~/

 자고명장 어디 있나 장부 앞에 무장사라

 - 최제우. <칼 노래>에서, 1861년

 교룡산 덕밀암에는 수많은 호남 사람들이 찾아왔다. 수운은 이곳을 중심으로 동학을 전파하였다. 이것이 호남 최초의 동학 포교이고 그 결실이 바로 1894년 호남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진 갑오 동학혁명이었다.

 수운에게 덕밀암을 소개해준 인물이 남원의 서형칠이다. 이후 김홍기와 류태홍이 중심이 되어 동학혁명 당시 남원지역의 참여자는 대략 5만 명에서 7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남원성 점령과 방아치(산동면 부절리)전투에서도 농민군 1만 여명을 이끌고 앞장섰지만 운봉민보군과 관군에 밀려 3,000여 명이 전사하였다.

 남원의 교용산성은 인간 평등과 사회개혁을 주장, 민족의 자주독립과 동학정신이 발원되었던 민주의 성지라고 본다. 하늘을 공경하는 시천주(侍天主),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자는 사인여천(事人如天) 그리하여 폭정과 착취를 일삼던 무능한 조정과 탐관오리를 행해 ‘사람이 곧 하늘’임을 내세워 보국안민(輔國安民),제폭구민(除暴救民),진멸권귀(盡滅權貴),축멸왜이(逐滅倭夷)를 부르짖으며 동학혁명과 3.1 독립만세운동이 발원되었던 탯자리(birthplace), 그게 바로 남원 교룡산성 덕밀암이다.

 최제우가 <칼노래>를 부른 지 121년이 지난 1982년, ‘교룡산’ 기슭에서 자란 필차가 이곳에 올라 읊은 졸시 한 편을 소개한다.

 희뿌연 안개 서기처럼 깔리는 굴헝. 새롬새롬 객사 기둥만한 몸뚱어리를 언뜻언뜻 틀고 눈을 감은 겐지 뜬 겐지 바깥소문을 바람결에 들은 겐지 못 들은 겐지 어쩌면 단군 하나씨 때부터 숨어 살아온 능구렁이.

 보지 않고도 섬겨왔던 조상의 미덕 속에 옥중 춘향이는 되살아나고 죽었다던 동학군들도 늠름히 남원골을 지나가고 잠들지 못한 구렁이도 몇 점의 절규로 해 넘어간 주막에 제 이름을 부려 놓고 있다.

 어느 파장 무렵, 거나한 촌로에게 바람결에 들었다는 남원 객사 앞 순대국집 할매. 동네 아해들 휘둥그레 껌벅이고 젊은이들 그저 헤헤 지나치건만 넌지시 어깨 너머로 엿듣던 백발 하나 실로 오랜만에 그의 하얗게 센 수염보다도 근엄한 기침을 날린다.

 山城 후미진 구렁 속. 천년도 더 살아 있는 능구렁이, 소문은 슬금슬금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나가 오늘도 피멍진 남녘의 역사 위에 또아리치고 있다.

 -김동수, 「교룡산성」 전문, 『시문학』, 1982.10

 김동수 <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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