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어린이들에게 꿈이 되는 서점, 살림책방
지역과 어린이들에게 꿈이 되는 서점, 살림책방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8.12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시 덕진구 하가지구마을의 골목은 햇살로 가득했다. 주택가로 빚은 골목길 사이를 헤집자 유리창이 맑은 작은 책방이 눈에 띄었다. 지난 2017년 4월에 문을 연 살림 책방은 어느새 3년차를 맞았다. 홍승현(36) 대표는 살림책방의 대표이자 같은 공간 살림교회의 목사로 일하고 있다. 기성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하다가 전주서 책방을 연 그는 책방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웃었다.

 “여전히 한계에 부딪치면서도 답을 찾아가는 책방입니다”

 책방 운영자로서의 홍 대표는 하가지구 마을을 고른 이유에 대해 ‘당시 이곳이 유일하게 개발되지 않은 마을’이라는 점에 이끌렸다고 했다. 인근 개발지역은 넓은 도로와 높은 빌딩들이 에워쌌지만, 주택이 가득한 하가1길에서 4길에 사는 주민들은 유대감이 강하다. 홍 대표는 사람을 통해 모임을 하며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임이 책방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단순히 취미가 아닌, 그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토론이 그 지역과 동네의 영향을 준다면, 그것이 동네책방의 영향력이 아닐까요”

 책방과 교회의 이름인 ‘살림’은 ‘살리다’의 명사형으로 책을 통해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를 통해 살림책방이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꿈을 의미에 두고 시작했다는 홍 대표는 인근의 하가초등학교와 덕일초등학교 전교생이 한 학급씩 와서 책을 직접 보고 고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직접 책을 만지고 구입하는 체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남고, 유년의 경험이 문화적 다양성을 키워주는 것.

 또한 학교와 책방이 책으로 연계해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가정까지 책으로 하나 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홍 대표는 “김영하 소설가가 ‘동네책방은 모세혈관과 같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며 책방이 마을의 모세혈관이 되려고 한다면 우리 마을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각 지자체의 책방지원사업에 대해서 의문감을 표했다. 책방지원사업으로 작가와의 낭독회 등에 참여했지만 실적은 국가가 가져가고 서점은 그저 예산을 잘 쓰는 역할에 그치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작가 낭독회 이후 재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일시적 도움에 그친다는 것. 홍 대표는 “국가예산이 항상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책방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사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목회와 책방의 양립에 대해서 묻자 홍 대표는 웃으며 “주중에서 책방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 목회다. 꼭 내 교회 내 성도가 있어야 하는가”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40대 휴직 공무원이 꾸준히 책방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희망을 찾아갔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의 목회가 희망을 주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홍 대표는 전주시립도서관이 운영하는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서 ‘변방에서 변혁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변방과 변혁이라는 키워드는 동네책방과 책과 함께 공통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득권이 될 수도 없고 중심이 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책방과 책이 변방과 변혁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신영복 선생의 ‘변방을 찾아서’를 소개하며 틀을 깨는 창조의 개념으로 변방이 중심이 되고 중심이 변방이 되는 순환과 창조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이다.

 변방에서 변화를 꿈꾸는, 마을의 실핏줄이자 따뜻함을 전달하는 서점 ‘살림책방’은 앞으로 마을에서 많은 아이들과 주민들과 함께 꿈에 싹을 피울 것이다. 그렇게 마을은, 또 동네 서점은 서로를 향해 있다.

 이휘빈 기자

 

 < 주소 : 전주시 덕진구 하가3길 20-9 운영시간 : 화요일~토요일 13:00~18:00 일요일 살림교회 예배, 월요일 휴일 >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

 <빌뱅이 언덕 / 출판사 창비 / 작가 권정생>  “아이들이 품고 있는 생각들과 책의 배경인 60년대 말~70년대에 무차별적 개발로 파괴됐던 문화들에 대해 쓰여 있습니다. 우리가 책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단지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적 변화를 일으킬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교육적인 것들, 문화적인 것들이 사람이 사람답게 만듭니다. 이 책은 교육적인 내용을 통해 우리가 올바르게 살아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