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현수막만 철거해? 일본 불매 현수막도 철거해라”
“왜 내 현수막만 철거해? 일본 불매 현수막도 철거해라”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8.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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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철거 요청한 50대 여성
전주시 서신동 현수막 일본 NO 현수막 / 전북도민일보 DB
전주시 서신동 현수막 일본 NO 현수막 / 전북도민일보 DB

 “내 현수막을 철거할 거면 일본 불매 현수막도 다 같이 철거해라.”

 일본 경제보복으로 인한 반일 감정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이에 반하는 사건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전주시와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A(54)씨는 자신의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이유로 구청에 찾아서 고성을 지르며 공무원 3명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건 개요는 이랬다.

 A씨는 지난 6일 전주시 송천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 ‘문재인 하야하라’ 등 현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를 본 인근 주민이 전주시에 “불법현수막이 내걸렸다. 철거해 달라”고 민원을 접수, 민원을 접수한 덕진구청 소속 공무원은 A씨가 내건 불법현수막 2개를 철거했다.

 이를 확인한 A씨는 하루 뒤인 7일 오전 9시 10분,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등 수차례에 걸쳐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해 “전주시에 걸린 모든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민원을 넣었다.

 A씨가 철거를 요구한 현수막은 대부분 ‘NO JAPAN’등 일본 불매 운동과 관련된 현수막이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무원들에게 연락해 ‘현수막 앞에 있을 테니 철거하러 나와라’며 해당 부서 직원 4명에게 번갈아가며 독촉 전화를 했다.

 A씨의 민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덕진구청 담당 부서를 직접 방문해 고성을 지르고 공무원 3명을 꼬집고 밀치는 등 실랑이를 벌였다.

 당시 상황은 덕진구청 공무원이 경찰에 신고를 접수, A씨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히면서 마무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왜 내 현수막만 철거하느냐. NO JAPAN 현수막도 철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A씨와 피해자 등을 소환해 진술을 확보하는 등 조사는 모두 마쳤다. 사실 관계에 이견이 없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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