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차를 통한 다산의 마음
국화와 차를 통한 다산의 마음
  • 이창숙
  • 승인 2019.08.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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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57>
다산초당 왼쪽에 있는 서암,  제자들이 기거하던곳
다산초당 왼쪽에 있는 서암, 제자들이 기거하던곳

 가끔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특히 좋은 사람을 만났거나 세상에 의(義)를 보았을 때이다. 이 커다란 화두 앞에서 잠시 머뭇거림은 우리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은 국화(菊花) 사랑이 남달랐던 것 같다. 벼슬길에 몸담고 있을 당시, 집 마당 수십개 화분에 국화를 나눠 심었다. 비좁은 집에 사람들이 드나들 때 국화가 상할까하여 대나무 난간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죽란시사(竹欄詩社)라는 모임을 만들어 가까운 벗을 초대해서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꽃을 감상하곤 했다. 다산은 국화를 감상하는 네 가지 포인트까지 일러주었다. 여름철에는 싱그러운 잎을 보고, 가을이 되면 매운 꽃향기를 즐긴다. 낮에는 국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밤에는 국화의 그림자를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낮과 밤을 달리해서 즐기고, 계절마다 그 아름다움을 예찬한 국화이건만, 열매가 없음을 실망할까. 스스로를 위로한 마음이라 할까. 국화를 아끼는 마음을 가공인물을 내세워 답을 한다.

 매화와 살구꽃은 꽃도 예쁘고 뒤이어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는데 국화와 같이 꽃만 피고 열매가 없는 것에 스스로 묻고 답하길 “국화는 비록 열매가 없지만, 사람의 정신을 기쁘게 해서 뜻을 길러주니, 입을 기르는 것만이 실용이 아니라 정신을 기르는 것도 실용이다.” 비록 열매는 없지만, 정신을 기쁘게 해서 뜻을 길러주니 그것 또한 실용이라고 했다. 국화 사랑의 변을 통해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와 그의 ‘실용론’까지 펼치며 극찬한 것이다.

 다산은 차(茶)를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배 초기에 차는 다산의 병을 치유하는 약으로 활용하였으나 차츰 차를 즐기는 애호가가 되었다. 초기에는 만덕사 아암 혜장(1772~1811)에게서 차를 받아 마시게 되지만 그 후에는 차를 직접 만들어 마신다. 차에 대한 이론은 물론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되는 차의 실용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차의 실용화는 주장에 그치고 실현되지 못했다.

 다산이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자, 사제 간의 우의를 이어가기 위해 1818년 「다신계(茶信契)」를 결성한다. 다산의 제자들은 스승이 해배 될 것을 미리 알고 모은 돈 35량을 스승의 행장으로 드리고 서촌의 밭 몇뙈기를 다신계의 자산으로 삼았다.

  매년 청명과 한식날, 국화꽃이 필 때, 계원이 모여 다신계를 열어 시를 짓고, 차를 만들어 다산에게 보낸다는 약조를 지킨다. 스승의 뜻에 따라 1818년 겨울 시회를 열어 시를 짓게 된다. 윤기호의 다시(茶詩)를 보면,

 

  온 산에 가득한 여린 찻잎을 따며, 밥을 먹은 후 죽로에 불을 피우네.

  작은 솥에 물 끓는 소리 잦아들자, 가볍게 마신 차 한잔이 술보다 낫구려.

 

 스승이 떠난 뒤 제자들이 약조에 따라 차를 마시고 시를 지어 신의를 다지니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다산은 일상에서도 그의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관직에 있는 영암군수 이종영을 위해 써준 글을 보면 “월급을 못 받으면 어쩌나. 이러다가 이 자리에서 밀려나면 어쩌나. 이러한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위아래로 업신여김이 뒤따라온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어 벼슬과 녹봉에 연연치 않으면 된다. 벌떡 일어나 툴툴털고 떠나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지녀라. 지위에 연연하지 않을 때 남이 나를 도발하지 못한다. 남이 나에게 함부로 굴거든 스스로 돌아보라고 했다.” 이처럼 조선의 지식인 다산과 제자들은 그 시대의 문화를 향유하고 분위기를 형성한 사람들이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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