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과 죽창, 그 무책임함에 대하여
의병과 죽창, 그 무책임함에 대하여
  • 장상록
  • 승인 2019.08.08 16: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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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이 현대 자동차와 삼성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이유는 품질 때문이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식민 대상으로 했던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요란하게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다. 렉서스에 환호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불편한 이유다.

  자존심 상하는 얘기는 더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수많은 장군이 전사했지만 일본군은 장군은 고사하고 현대 기준으로 연대장급 이상 전사자가 단 한명도 없다. 조선을 망국의 위기에서 구한 의병의 역사가 마냥 기쁘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조선 정규군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일반 백성이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나설 이유가 있었겠는가. 우금치에서 죽창을 가지고 일본군과 전투에 나선 동학군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후손된 우리는 선열들의 고귀한 피값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지만, 정부 당국자 입에서 의병과 죽창을 들어야 하는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주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일본은 분단된 대한민국에 비해 월등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 국토면적에서는 거의 4배 크고 인구도 2배 이상 많다. 문제는 객관적인 부분에서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은 예전의 그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때 일본과 한국의 GDP 격차는 10배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3배 정도다. 국토면적과 인구 차를 감안하면 1인당 GDP 격차는 일본이 불과 10% 내외 정도 앞서 있다. 그것은 한일 양국 국민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보다 2배 이상 많은 한국인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정이지만, 남북이 평화로운 통일을 이룬다면 일본과의 격차는 사실상 해소되거나 앞설 수 있는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일본과의 스포츠 결과에 목메지 않는다. 축구나 야구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감격해했던 역사적 배경은 의병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일본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라이다. 스포츠 경기 하나에 일희일비할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또한 당위이기도 하다. 일본과 전쟁을 해야 한다면 그것이 설사 메타포라 할지라도 의병이나 죽창이 아니라 국군과 최신예 무기로 나서야 한다.

  요즘 회자되는 박경리 선생이 얘기했다는 일본인에 대한 대응 방식도 선생이 살아온 과정에서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일본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보편

 타당한 인류애의 발로일 뿐이다. 무례한 일본인에겐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듯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하면 된다. 우리는 선량한 일본 국민 모두를 적대시하면 안 된다. 이제 한국인에겐 더 이상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다.

  일본이 보인 비우호적 행동에 대해선 분명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방식에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외교는 내치와 분리할 수 없지만 그 고유한 영역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 외교적 노력을 얘기하는 모든 사람을 친일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국민을 반일과 친일로 나누게 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두 번째, 대통령의 입은 무거워야 한다. 대통령의 카운터 파트는 아베만이 아니라 일본 천황도 포함된다. 총리나 장관이 해도 충분한 말을 국가원수가 나서서 하는 것은 때로 격이 맞지 않는 무례함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외교적 선택의 폭도 스스로 막아 버리게 된다. 협상과정에서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최종 결단은 대통령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선량한 일본국민 모두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극우와 극좌는 한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상식을 가진 인류다. 정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민간교류마저 단절하고 일본국민 전체를 타도대상으로 본다면 일본은 물론 우리에게도 비극적인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존재가 너무도 위대한 나라가 되었다. 사족, 죽창을 들고 의병으로 참여한 숭고한 선열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엔 변함이 없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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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곤 2019-08-12 19:56:11
공감합니다
이민호 2019-08-11 20:56:20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