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대화가 필요해!
  • 윤진식
  • 승인 2019.08.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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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의회의 활성화로 새로운 노사파트너십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자.

 최근 만난 어느 기업체 대표는 “요즘 정말로 사업하기 힘들다.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것이 급변하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희롱 문제로 매월 실시하던 회식도 없앴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도 생겨서 잘못한 직원이 있어도 꾸지람도 못할 것 같다.”며 하소연을 하였다. 필자는 원론적인 말이지만 직원들과의 대화를 권유하는 안내의 말을 하였다. 어쩌면 주52시간제, 성희롱예방문제, 직장내괴롭힘 문제, 기타 노동현안 등의 해결은 법 규정에서 찾을 것이 아니고 직원들과 ‘대화’를 통하여 그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고, 문제예방을 위한 대책을 찾는 것이 현명한 위기극복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노사관계에서 대화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문제는 사실 ‘대화’가 그 핵심이지 않겠는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소통’이 잘되는 나라는 융성의 길을 걸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배워 왔다. 진솔한 대화는 이해의 다리를 놓게 되고, 이러한 다리를 서로 넘나들며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전환하게 한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는 개인의 창의적 역량을 제대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없다.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서로 존중받고 인정받으면 열정적으로 역량을 개발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여 융합과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직장 문화가 이제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민주화 세대 이후 2세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제 직장 내에서도 할 말을 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한다. 불공정한 채용에 항의하며 공정을 주장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젊은 세대들이 이제 사회의 주역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면서 관성적 노무관행들이 이제는 점차 와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길은 ‘대화’를 통하여 그 접점을 찾아가는 길이 최선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 맞는 노무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노동법에서는 많은 노동보호조항도 있지만, 노사가 상호간에 지켜야 할 규범적 내용과 훌륭한 제도도 많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노사협의회’ 제도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고민하는 사업주에게 필자도 그러한 입장에서 대화를 권유한 것이다. 노사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귀착점은 ‘노사공동 운명체’라는 의식의 공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사가 한마음이 되어 함께 한다면 어떻게 회사와 노동자가 공존공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노사 상생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마련된 노사협의회 제도가 사실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현재 노사협의회제도에 대해 사업주는 노사협의회가 기업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근로자는 단체협약의 보조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방노동관서에서는 감독중심의 점검에 그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사협의회가 잘만 운영된다면 열린 경영, 노동자 참여, 공정한 성과보상을 위한 핵심 기구로 자리 잡을 수도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편 노사협의회의 활성화를 통하여 안정적 노사파트너십을 구축한 일부 우량기업들은 한결같이 그 시너지 효과에 만족하고 있다. 노사협의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분기에 1회씩 개최하여야 하는 현행규정을 개정하여 그 횟수와 적용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법 개정부터 시작하고, 노사 및 경영현안이 있을 때마다 격의 없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해 제도개선을 하는 동시에, 모범적인 사업장을 발굴하여 지원하며, 범국민적 대화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선진 각국의 노사파트너십 형성, 노사협의회제도의 효과적인 운영 및 활용 등에 관한 사례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여건 등에 적합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 지원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대화 부족은 결국 오해를 낳는다. 노사관계의 대립과 투쟁은 사실상 상호간의 이해부족이 그 시초가 되며, 그러한 이해부족이 결국 오해를 낳고, 서로 존중하지 않게 되고, 결국 파국을 초래하게 된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며 대화를 나눌 때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회관계도 한 층 선진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노사관계! 이제 대화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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