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물 배분을 통한 하천 수질개선
적절한 물 배분을 통한 하천 수질개선
  • 김현수
  • 승인 2019.08.07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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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인공호는 자유롭게 유하하는 하천을 막아 물그릇을 조성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자연호에 비해 호수 표면적 대비 유역의 면적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한 호수의 유역은 강우 시 지면에 떨어진 물이 흘러내려 그 호수로 유입되는 지표면의 총 면적을 말한다. 호수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은 유역의 인간 활동의 부산물로서 형성된다. 유역에서 발생한 오염물은 신속하고 적절히 제거되지 않으면 강우 시 빗물에 씻겨내려 하천으로 유입되게 되고, 하천이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정체된 호수의 수질을 악화시키게 된다.

 호수 수질관리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유역에서의 오염물질 형성과 배출의 억제이다. 안타깝게도 오염물질 배출의 효율적 억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하수나 산업폐수의 경우 하수관을 통해 처리시설로 모여 제거되기 때문에 공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하천과 호수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점오염원, 예를 들면 농사를 위해 뿌려지는 비료와 제초제 등의 오염물질은 유역 전체에 걸쳐서 광범위하고 불규칙하게 배출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억제가 매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제어가 어려운 비점오염원의 특징으로 인해 하천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일정량의 깨끗한 물을 자연적 하천 유량과 혼합함으로써 오염물질의 농도를 하천의 자정작용을 통해 낮출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오염물질은 하천의 유하하는 동안 미생물의 활동으로 점차 제거되어 호수로 유입되는 하천수는 양호한 수질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호수는 정체되어 있기에 미생물의 활동에 필요한 산소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더러운 물이 하천을 통해 유입되게 되면 자체적으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호수로 유입되는 하천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호수 수질관리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전북도민의 주요 관심사였던 새만금호의 경우 특히 그 유역이 넓다. 새만금호의 유역은 전라북도를 관통하여 흐르는 두 개의 큰 하천인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 전체를 아우른다. 이는 전라북도의 서쪽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농업이 발전한 전라북도의 특성상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는 광범위하게 비점오염원이 존재하고, 여기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두 하천에 유입된 후 결국 새만금호에 흘러들어 간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천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을 받아들여 정체된 수역을 형성하는 호수 환경의 특성상 새만금호 수질관리의 시작은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개선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전라북도도 두 하천 수질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난 십여 년간 다양한 상류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두 하천의 수질이 다시 악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수많은 수질개선 사업에도 불구하고 수질이 악화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만경강과 동진강은 각각 용담호와 옥정호로부터 하천 유지용수를 공급받아왔다. 깨끗한 용담호와 옥정호 물의 공급은 수질개선사업의 효과와 함께 두 하천의 수질을 개선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두 저수지로부터 공급되는 수량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고, 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기간에 두 하천의 수질은 악화하였으며, 작년에는 새만금호 수질 농도도 상승하였다.

 왜 용담호와 옥정호에서는 만경강과 동진강에 예전과 같은 양의 물을 내려 보내지 않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물관리 일원화 이후 가중되는 물 분배 압력으로 초래되었다. 용담호의 물을 더 많이 사용하기를 원하는 대전 충남북, 더 많은 옥정호 물을 분배받기 원하는 광주 전남과의 물 배분 문제로 인해 점점 더 적은 양의 물이 두 하천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감소하는 물 배분량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목소리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관계와 정계, 시민단체가 똘똘 뭉쳐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도내 수많은 시민운동가와 정치인 중 누구도 적극적으로 충청 및 전남과 물 분배 문제에 대해 맞서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새만금호 수질에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물 분배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 오염된 물이 유입되는 호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물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다. 처음 두 저수지가 조성되었을 때 우리에게 배정되었던 양을 지키자는 것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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