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산의 성모
가르멜산의 성모
  • 장석원
  • 승인 2019.08.0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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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배낭여행]#3. 칠레에서 온 편지

 칠레 산티아고에 와서 첫 번째 페이지는 가르멜산의 성모를 그렸다. 우연히 산티아고 대성당에 들렀는데, 낯선 도시에서 보내는 첫날이니까 작은 의식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다. 앞자리에 앉아 조용히 그리고 있는데 칠레 여성분이 기특하게(?) 여겼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축복해 주었다.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어머니에게 드리라며 성모 사진을 건네주었다.

 #. 칠레의 밤

 2019. 6. 21. 금

 시내에 나와 먼저 별관측 투어부터 예약했다. 천체사진가 황인준 작가가 소개한 SPACE-SANPEDRO DE ATACAMA CELESYIAL EXPLORATIONS를 찾았다. 프랑스인이 세운 민간관측소인데 위치와 장비 모두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별투어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은 남십자성 옆에 알파센터우리가 있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까운 별로 자세히 보면 두 개로 보인다. 목성과 갈릴레오의 위성들도 보았다. 그리로 토성! 고리가 마치 귀처럼 달린 것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대기를 지닌 위성인 타이탄도 조심스레 빤짝거렸다. 달이 뜨기 전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인 오늘 밤하늘은 모두 은하수와 별무리들 차지였다. 감동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스스로 지평선이 되어 팔을 크게 벌려 열을 올려 설명해주던 직원의 실루엣과 망워경으로 희미하게나마 확인한 나선은하는 마치 영화<맨인블랙>에 등장한 고양이 목걸이 속 우주처럼 작게 보였다. 마지막 따끈하게 준비된 달콤한 코코아까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아타카마 사막 투어

 레인보우 계곡(valle del Arcoiris) 설명하는 가이드는 지질학자 호드리게스는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다. 남미에서는 대부분 스페인어로 충분하지만 나를 위한 특별 영어가이드도 해주어 정말이지 빼도박도 못하게 집중해서 들었다.

 ‘어떻게 이런 무지개 색을 띄게 되었냐구?’ ‘무척 좋은 질문이에요.’

 그 뒤로 화산 폭발하듯 설명이 내 머리 위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소금호수(Laguna Cejar)는 대박이었다. 이곳은 볼리비아 우유니, 아르헨티나 실리나그란데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소금호수이다. 먼저 소금호수에 몸을 담그자 염도가 높아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물은 무척 차가웠지만 건조한 공기와 햇볕 덕분에 5분 정도는 버틸만 했다. 이곳은 환경보호를 위해 선크림도 바르면 안되고, 샴푸나 비누없이 샤워해야 한다.

 사막의 눈이라 불리는 Ojos del Salar에서 노을을 보았다. 멀리 안데스 산맥은 점점 더 붉어지고 그 위로 비너스벨트가 파랑, 노랑, 분홍으로 띠를 이루며 서서히 어둠에 잠겼다. 밤이 긴 만큼 그림자도 길어지나보다. 발 아래 내 그림자는 조그마한 호수 물 위로 지나 반대편까지 걸쳐이다. 만약에 또 아타카마를 찾는다면 소금호수와 사막의 눈부터 예약할 것 같다.

 타티오 간헐천(Geiserdel Tatio)에 가려면 새벽4시에 일어나야 한다. 아타카마 시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해발 4,300미터에 영하 13도까지 떨어진다고 해서 단단히 껴입었지만 한기는 예상대로 악명높았다. 간헐천 물의 온도가 85도 정도 된다는데 손을 집어넣으면 따뜻하겠구나(!)란 어리석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간헐천 가이드는 어제 만난 호드리게스로 지층이 갈라진 틈으로 높은 압력으로 데워진 물이 높은 고도와 낮은 기온을 만나 솟아오르는거라고 설명했다. 간헐천의 표지석과 가이드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 돌을 집어다가 가지런히 놓았을뿐인데 관광객 누구도 넘지 않으며 눈에도 거슬리지 않았다. 표지판 대신 돌 위에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린 표지석도 마찬가지였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주었는데 오믈렛, 건빵, 뜨거운 코코아, 과자가 전부였다. 국물없는 마른 식사라 쓰레기도 없고 설거지도 거의 필요없었다. 환경을 원한다면 음식도 어떻게 할지 고민해봄직하다. 오늘도 호드리게스는 조그마한 휴지조각이라도 눈에 띄면 주저없이 집어서 주머니에 담았다.

 화산은 무섭지만 축복이기도 하다. 땅 속 성분이 표면으로 솟아나 유용한 자원이 되고 비옥한 토양 위로 갖가지 동식물이 터를 잡는다. 3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에도 강이 흐르고 식물이 자라며 새들이 모여든다. 언덕 위 과나코 수컷이 우리를 빤히 쳐다 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으련지.


 글 = 밥장(장석원)


 ※‘예술배낭여행’은 수요일자 문화면을 통해 격주간으로 완주문화재단의 웹레터와 동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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