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숙 개인전 ‘미륵: 영원한 공존’
유혜숙 개인전 ‘미륵: 영원한 공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8.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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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숙 작 - 미륵-34

 누구나 가슴 한 켠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간다. 그 짐을 덜어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났을 때, 예기치 않았던 만남으로 삶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을 때야말로 영원한 공존의 의미를 깨닫게 될 터다.

 유혜숙 작가에게 지난 3년의 시간은 그러한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어느 날 금산사 주변의 작고 오래된 집에서 누군가의 염원을 담은 수많은 초와 그 촛불에 검게 그을린 불상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작은 불상의 기이한 표정은 한동안 짙은 잔상으로 남아 그를 맴돌았다. 그의 사진 연작 ‘미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유혜숙의 첫 번째 개인전 ‘미륵: 영원한 공존’이 8일부터 21일까지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열린다.

 유 작가는 그동안 전라북도 소재 모악산 주변을 시작으로 도내 분포하고 있는 미륵과 신앙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종교적인 관점이라기 보다는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정신문화의 원형을 탐구하고자 한 것인데, 지난 시간 촬영한 사진이 총 2만여 점에 이른다. 여러 기획전을 통해 작품의 일부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하나의 테마로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보니 설레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석불은 참 매력이 있어요. 어느 날, 제게 석불은 수천년에 걸친 민족의 애환이 축적된 한 편의 서사시처럼 다가왔어요.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한 미륵, 그리고 이 안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자리가 어떤지 궁금했다고 할까요?”

 작가의 말마따나 사람은 누구나 치성을 드린다. 자기 자신을 위한다기 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민족 고유의 심성,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그 마음자리야말로 유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게 만든 핵심이자 근본이 되었다.

 미륵에 대한 사진작업은 도내 분포하는 미륵불과 그 신앙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 마을 주변, 도로변, 작은 절집, 사찰의 미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그 자체로 소중했다.

 유 작가는 “잘려나간 코와 눈, 그리고 본래의 자리로부터 이탈해 낯선 어딘가에서 발굴되는 미륵의 모습, 미륵이 머물렀던 흔적까지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공존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했다”면서 “이는 인간과 신 사이의 대화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 새겨진 마음의 역사에 대한 첫 보고서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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