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에 관한 집단 지성을 기대한다
일본의 역사에 관한 집단 지성을 기대한다
  • 이성순
  • 승인 2019.08.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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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시절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판결에 일본은 무역보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양국 간에는 1965년에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의 일부 내용의 해석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어왔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취약한 정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개발을 구실로 일본과의 막후협상을 통하여 한일청구권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는 마치 질식사 직전의 환자 앞에서 ‘산소호흡기’를 들고 있는 일본의 먹이 감을 덥석 물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처지라 생각된다.

 한일간의 관계는 협력보다는 대립과 반목의 역사가 더 길고 오래되었다. 우선 독도문제만 살펴보자. 세종실록지리지 등 과거의 역사문헌은 차치하고라도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독도를 한국영토로 공표하였다. 2차대전 종전 후 연합국의 구 일본 영토처리에 관한 합의서에서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명백히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05년 국제법적으로 적법한 절차인 시네마현 고시에 의하여 독도를 선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가 누락되었으므로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나, 1945. 7. 17. 포츠담에서 미, 영, 중 수반들이 모여 ‘일본의 영토는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구와 우리들이 결정하는 제소도에 국한한다. 폭력과 강압으로 얻은 영토를 반환해야 한다’라고 선언하였다. 1945. 8. 15. 일본은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을 무조건 수용하였으므로 독도는 우리의 영토임이 명백하다. 인접국인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만 하여도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만과 그 부속도서인 센카쿠 열도를 강제로 빼앗았고 위 포츠담 선언과 그 수락으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도와는 정 반대의 논리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의 해안지방을 수없이 노략질한 해적국가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던 왜구만으로도 부족하여, 1592년에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이후의 도쿠가와 막부는 다시는 우리를 침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여 적어도 도쿠가와 막부 정권하에서는 양국 간에 평화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결국 그 본색을 드러내 1910년 한일합방으로 아예 강제적으로 이 나라의 국권을 탈취하였고, 연이어 중국 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차대전 일본의 만행은 위안부, 강제징용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인에게는 난징 대학살이라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상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그리고 중국에 대한 난징대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성의껏 사과한다는 것이 ‘통석의 염’이라는 그 의미도 모를 중국 고대 문헌의 한귀절로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이 과거 우리와 중국에게 행한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면 독도는 한국에, 센카쿠열도는 중국에 귀속됨을 선포해도 그들의 잘못과 우리와 중국의 한을 씻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일관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고종, 명성황후, 을사오적 등의 무능한 선조들을 짐으로 떠안았고, 일본은 요시다 쇼인, 이토오 히로부미 등의 유능한 선조들의 후광을 받침대 삼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5년 우리는 무능한 선조들의 후예답게 국민이 위임하지도 않은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대통령’ 덕분에 한일위안부 합의라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그것도 10억 엔이라는 거액(?)을 받고 불가역적으로 타결하였다. 살펴보건데 우리는 항상 과거라는 이름의 현재를 잘못 살아와, 현재는 과거라는 이름으로 현재와 미래를 고통받는 민족인 것 같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일본에게 항상 사과를 요구하였다. 사과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거늘 어찌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한단 말인가?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일본 정부가 앞장서 자기들의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하여 자국의 국민들을 상대로 철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 자국의 국민이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를 할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의 사과를 받기만 하면 될 뿐이지 우리가 사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다시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 우리의 자존을 스스로 파괴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제 일본에 묻는다. 한일합방이 적법하고, 위안부나 징용은 자발적이었으므로 배상은 해줄 수 없다고 진정 생각하는지? 1993년도 일본 NHK 태평양전쟁비사의 최종회에서 사회자는 ‘일본이 전쟁에서 범한 과오를 전후 충분히 반성치 않고, 아시아에 대해 태평양전쟁의 보상을 직접 적극적으로 해주려는 자세가 없다면 앞으로도 아시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지금이라도 일본의 지도자들은 일본의 집단 지성을 일깨우고 냉철한 시선으로 한일관계, 더 나아가 대 아시아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일본이 지향하는 진정한 대국이 될것이다.

 

 이성순 / (유) 멀티필름 호남총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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