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책방’으로 찾은 두 번째 인생, 앞으로 더욱 잘 익은 열매 맺을 것
[동네서점] ‘책방’으로 찾은 두 번째 인생, 앞으로 더욱 잘 익은 열매 맺을 것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8.05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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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송천동에 위치한 '잘 익은 언어들'은 다양한 기획과 구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잘익은언어들 제공

 송천동에 위치한 ‘잘 익은 언어들’의 정면을 마주하기 전에, 명확한 고딕으로 적힌 ‘책’이라는 글자를 바라보면 옛날 동네마다 있던 작은 책방들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대문이 열리더니 오른손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책을 안은 아이가 엄마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책방 안으로 들어서자 왼켠에는 동화책이, 오른켠에는 인문·사회·문학 등이 배치돼 책을 찾기 쉬웠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맞는 화두인 ‘평등’, ‘결혼문제’, ‘지역발전’ 등에 대한 책들도 눈에 띄었다. 이지선(43) 대표는 자신이 추천받고 읽은 책들을 배치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 대표는 학창시절에 막연한 ‘작가’라는 꿈에서 ‘카피라이터’의 꿈으로 서울로 상경했다. 그녀는 98년부터 광고마케팅 업계서 12년 동안 일하면서 언어와 그 언어가 구성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열정을 쏟았다. 전주에 내려와서도 여전히 카피라이터를 업무를 하던 이 대표는 점차 책방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 5~6년 전 동네책방의 붐이 일어나며 이 대표는 ‘우리 동네에도 책방이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가졌다. 광고계 지인으로 알고 지내던 대전의 책방 ‘우분투북스’의 이용주 대표가 미리 책방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해준 덕에 그녀는 2017년 10월에 ‘잘 익은 언어들’의 씨앗을 송천동에서 싹틔웠다.

 “좋은 책을 선별해 SNS에 소개하고, 소개한 책을 팔고, 작가님들을 모시고, 다양한 행사들을 하면서 손님들이 점차점차 늘어난 것 같아요”

 때로는 하루에 한 명도 손님이 없는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을 뒤로 하고 책방을 찾아주는 단골들과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이 대표는 하루하루 보람으로 마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동네책방의 미래에 대해 묻자 이 대표의 양 눈썹 사이가 무거워졌다. 동네책방의 수익은 부족하고, 많은 책방지기들이 다른 직업으로 책방의 운영비를 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북권의 시군이 동네 책방에 지역 학교와 도서관을 통해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지역의 동네책방과 연계해 부담은 나누고 수익을 같이 늘릴 수 있게 다른 책방지기들과 함께 고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책방들은 지금 다들 고군분투 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형서점 또는 인터넷으로만 책을 사는, 그래서 동네에서는 책방 하나 찾을 수 없는 그런 모습은 마을 주민으로서 제가 원하지 않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잘 익은 언어들’은 작은서점 지원사업 프로그램으로 아동문학가가 함께 아이들과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많은 아이들이 책방에서 작가와 함께 동화를 읽는다는 모습을 상상하니 노을 지고 어둑한 하늘임에도, 밝은 열매들이 다글다글 서점 안을 메운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잘 익은 언어들에서 책 한권씩 집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그 열매들도 따라올 것이다.

 이휘빈 기자

<잘 익은 언어들  주소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1가 830-10 영업시간 : 화~금 오전 10시 ~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2시 ~ 5시. 일요일, 월요일 휴무>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

<다시, 책으로 / 저자 매리언 울프 / 출판사 어크로스>

저자인 매리언 울프는 우리 시대가 읽기를 통한 질과 깊이가 약해지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디지털 기반문화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성인과 아동들에게 직관성만 늘렸을 뿐, 생각하는 힘을 빼었다고 봤죠. 생각보다 복잡한 활동인 ‘읽기’를 통해 작가는 주의를 집중하고 자신의 주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번쯤 읽고 우리 아이의 독서 습관과 자신의 독서 습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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