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가로등
무더위와 가로등
  • 이경신
  • 승인 2019.08.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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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이 지나면서 무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는 마른장마가 계속되다 끝물에 화끈하게 쏟아 부어 그래도 목마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나타난다.

  한낮의 기온이 30℃를 가뿐히 넘고 덩달아 밤의 기온도 25℃를 웃돌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열대야가 계속되면 밤에 모깃불 피워 놓고 동네 어귀 개울에서 남정네들과 어린아이들은 개구리 헤엄으로 더위를 달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성들은 살짝살짝 등목을 하면서 더위를 식히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도시에선 마땅히 더위를 피할 곳이 많지 않다.

  아파트 단지 내 모정과 겨우 가까운 공원이 자주 이용되는 피난처인 셈이다.

  좀 더 열정적인 사람들은 삼천 천변이나 완산칠봉, 그리고 황방산이나 건지산에 올라 이열치열(以熱治熱) 한바탕 더위와 씨름하는 게 도시민들의 여름나기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시민들이 자주 찾는 천변이나 공원의 조도(照度)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도로나 천변, 그리고 등산로 사이사이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만 밝기가 영 시원찮은 것이다.

  가로등이 밝지 않거나 어두컴컴하면 아무래도 겁이 나고, 요즘처럼 흉악한 범죄가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위축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어두컴컴하고 조명이 밝지 못하면 범죄 발생율이 높다는 사례는 여기저기서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의 범죄도시로 악명이 높은 뉴욕은 1994년 검사출신 루돌프 줄리아니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조도를 높이면서 범죄율이 80%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또 요즘 많이 인용되는 범죄예방 환경설계라는 셉티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효과에 따르면 길가의 조명과 도시 환경만 바꾸어도 잠재적인 범죄자들의 범죄 심리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셉티드 효과처럼 길가의 조도(조명의 밝기)만 개선돼도 시민들이 훨씬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주지역 250여 동네 공원은 밝기가 그리 훤한 편이 아니다.

  왜냐면 이미 설치된 가로등의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요즘 유심히 관찰하는 일 중 하나가 시내 가로등과 동네 공원의 밝기, 그리고 완산칠봉이나 황방산, 삼천 천변의 조도(照度)이다.

  유심히 살펴보니 밤에 불 밝힌 가로등에 날파리, 모기 등 각종 해충들이 불나방처럼 기어들어가 새까맣게 표면에 달라붙어 조도를 방해하는 것이다.

  완산칠봉과 황방산, 건지산 등 시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자주 찾는 도심의 등산로 가로등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지나친 조도의 경우 나무를 비롯한 공원주변 식물생육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명시설의 위치와 점.소등 시간을 조정하는 등 공원 인접 주민들이 주거 생활권 보호와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는 친환경 생태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치 이후 단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아 컴컴한 가로등이 너무 많다는 것은 전주시의 관리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도시가 밝으면 시민의 마음이 밝아진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도심공원과 산책로가 될 수 있도록 밝고 쾌적한 빛의 도시 전주시를 만들어 올 여름 시민들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렸으면 한다.

 이경신<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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