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사태로 본 전북 고교교육의 미래 <3>
상산고 사태로 본 전북 고교교육의 미래 <3>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08.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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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일반고 대학가기 위한 발판” 학생들이 바라본 공교육의 민낯

전북 고교생 5인 좌담회서 현 공교육 문제점 진단
학교 수업으로만 대입 준비하기 어려워 사교육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상위권 학생 중심 학교분위기, 중하위권 학생들 대부분 학습의욕 잃어
4일 군산시의 한 카페에서 전북 고교생들이 공교육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최광복 기자
4일 군산시의 한 카페에서 전북 고교생들이 공교육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최광복 기자

“교실 절반 이상 학생들이 엎드려 잠을 자고 있어요. 일반계 고등학교는 그저 4년제 대학을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인 것 같아요.”

상산고 등 자사고 문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공교육 문제에 대해 전북 고교생들은 이같이 답했다. 복잡한 입시전형과 방대한 학습량, 대학서열화로 인한 우리사회의 인식과 구조는 학생들이 공교육이 무너지며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일반고 학생들은 공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졌고, 심각한 위기라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했다. 본보는 도내 일반고 고교생들이 체감하고 있는 공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직접 들어봤다.

▲ 김경남(영생고 3)

정시는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일반고에서는 수시전형으로 학생들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우리학교의 경우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진로를 고려해 다양한 지원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일반고 전체에 정착됐으면 한다. 상산고 문제가 터졌을 때 자사고 폐지 여부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으나 자사고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은 부러운 부분이 컸다.

 

▲ 김민재(군산고 3)

공교육은 학생 개인의 지식, 창의성, 논리력 등 다양한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을 만들어내는 게 목적인데 실제로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만 치중돼 있다.

학교에서는 명문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만 이끌고 가다 보니 나머지 대다수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락해버렸다. 대입은 결국 성적 중심이다. 꿈을 갖고 있던 친구들도 성적이 안되면 관련 학과 지원을 포기하고 점수대에 맞춰 자신의 진로를 찾게 된다.

▲ 김비취(군산중앙여고 3)

대부분 학생이 학원에 다닌다는 생각에 학생도, 교사도 모두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진행되곤 한다. 점점 교육 패러다임은 바뀌고 우리 사회에서도 학생들의 창의력, 논리력 등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일반고는 여전히 옛날 방식인 주입식 수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공부법을 모르는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 학교에서는 모두 충족을 해줄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학업에 대한 의지가 꺾이게 되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학원 숙제,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이 느는 이유이기도 하다.

▲ 유정민(전주여고 1)

밤늦게까지 학원가에 불이 켜져 있을 때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것을 느낀다. 수많은 학생이 쏟아져 나와 학원 앞에 대기하고 있는 대형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공교육의 역할은 뭔지 의문이 든다.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관리해서 좋은 대학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중하위권 학생들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어야 한다. 수업방식 또한 토론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길러주고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

▲ 이솔(군산고 3)

학생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보다는 단순히 시험공부를 위해 학교에 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면 배웠던 것을 모두 까먹어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 학습량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성적관리 외에도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려면 동아리활동이나 체험활동도 틈틈이 해놓아야 한다. 대입 지원방식이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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