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새우 논란, 상생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
꽃새우 논란, 상생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
  • 김관영
  • 승인 2019.08.0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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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심각했다. 30여년 동안 걱정하지 않았던 판매처가 하루아침에 등을 돌린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품질에 문제가 있다니, 그렇다면 그동안은 어떻게 사갔던 것인가. 국민과자라고 모두가 인정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오던 농심 새우깡의 원료인 군산 꽃새우 이야기다.

 꽃새우는 서해안의 명품 수산물 중 하나였고, 군산의 특산품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새우깡의 원료로서 그 품질과 맛을 인정받아왔다. 어민들은 농심과의 오랜 거래를 믿었고, 늘 그렇듯이 새우잡이에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부터 상황이 변했다. 품질문제로 농심이 군산 꽃새우 매입을 포기하고 미국산 원료를 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전조는 있었다. 이미 농심은 3년전부터 국산과 외산을 5대 5의 비율로 사용해 왔었다.

 농심의 매입 중단으로 올해는 꽃새우 가격까지 폭락했다. 작년대비 3분의 1 가격이 돼 버린 것이다. 급기야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했다. 참다못한 이들은 농심을 찾아갔다. 그러나 농심의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의 언급으로 서해바다의 오염문제로 꽃새우 품질이 떨어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어민들의 크게 분노했다. 수질이 나쁜 곳에서는 살 수가 없는 꽃새우인데, 바다 오염을 거들먹거리며 품질 논란을 제기하는 농심에 크게 실망했고, 결국 1인 시위, 항의 방문 등 실력행사까지 일어났다.

 한편에서는 농심의 사정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국민 과자인 ‘새우깡’을 수십 년간 생산하면서 원료 가격의 변동을 감내해 왔기도 했기 때문이다. 새우깡인데, 오죽했으면 미국산을 쓰려고 했을까.

 허나 농심의 이번 해명도 그간의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틀렸다. 서해바다의 수질과 꽃새우 품질 문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농심이 판단하는 품질 문제는 어민들의 어획방식 등에서 생기는 문제가 전적인 원인이 될 수도 없었다.

 어민들뿐만 아니라 지역 민심까지 들끓었다. 농심이 기업의 어려움을 어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보다는 거래선을 바꾸는 것으로 풀려고 했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소통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암묵적으로 존재했던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상황이었기에 지역사회의 충격은 더욱 컸다.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급히 농심 측 관계자와의 면담을 추진했다. 구매담당 임원을 만났고, 이번 사태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동시에 농심측과 어민들과의 면담도 주선했다. 양측은 어려운 여건에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우선적으로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품질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사태해결의 본질은 매입 재개였고 이에 대한 농심의 확답이 필요했다. 이튿날 다시 농심 관계자를 만났다. 이번에는 대표이사와 직접 담판을 지었다.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도 하지만 오랜기간 쌓아왔던 신뢰관계와 어민들의 조업포기상황까지 감안해 농심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해외 출장에서 급거 귀국한 농심의 대표이사는 그 자리에서 매입 재개 결정을 내려줬다. 품질개선을 위한 방안도 어민들과 함께 찾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긴박했던 상황은 이렇게 이틀 만에 일단락됐다. 어민들에게 매입 재개라는 좋은 결과를 알려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윤창출이라는 생존의 원천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한발씩 양보하면, 더 큰 걸음을 함께 할 수 있다. 어민들은 꽃새우 품질 향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수협 등도 이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그동안 이어왔던 신뢰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진심을 다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관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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