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제1세대 레퍼 임형삼 씨 “전주 역시 힙합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주 제1세대 레퍼 임형삼 씨 “전주 역시 힙합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8.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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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시청서 오거리 광장 사이는 옛 건물과 새 건물이 섞여 낯섬과 익숙함의 경계를 양 옆에 두게 된다. 힙합이 어울릴 것 같은 길 한켠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래퍼 우타우, 임형삼(36) 씨를 만났다. 2001년 밴드 스타피쉬로 ‘제 1회 대한민국 락 페스티벌’에서 은상을, 그 이후로 스타피쉬에서 보컬과 래퍼활동에 더불어 작년에는 한일장신대 외래교수를 맡는 등 부지런히 자신의 분야에서 분투한 임 씨는 작년부터 전주에서 힙합과 랩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과 함께 전주만의 래퍼를 준비하고 있다.

 전주의 제 1세대 래퍼라 할 수 있는 그는 2000년대에 홍대에서 공연을 가지며 그곳의 래퍼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역의 힙합과 랩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저 스스로는 서울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공연하면서 상호간에 배운 것들이 많죠. 그리고 서울과 대도시들에는 자생적으로 랩을 나눌 수 있는 모임들이 있어요. 하지만 전북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빼면 전무한 실정이니까요.”

 전주가 자신을 키웠다는 점에서 책임을 느낀 그는 올해 유투브 채널에 ‘프로젝트 063’이라는 사이퍼(여러 래퍼들이 모여서 한명씩 돌아가며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것)를 올렸다. 아직 풋풋하지만 전주의 마이너리티 감성을 잘 살린 이번 사이퍼를 같이 들으며 임씨는 전주 시민들이 보는 도내 지역 래퍼의 시선에 대해 차분하게 짚었다.

 “문화특례시를 앞두고 전주의 음악 문화의 우수성에 대해서 말하지만 이미 성과가 톡톡한 장르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지역 행사에서 힙합 공연 혹은 힙합 음악 무대를 필요로 해도 래퍼 팀이 공연 하겠다고 하면 ‘왜 그런 걸 하냐’는 시선들이 압박하죠”

 마이너한 장르의 공연 역시 음악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그의 말은 이어 전주의 젊은이들이 힙합을 배우고 공연할 장소로 서울을 택한다는 데서 큰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그 이유가 전주에 이들이 모이고 놀 공간이 없다는 것을 지목했다.

 “저를 찾아 오는 아이들이나 제게 샘플링을 보낸 애들에게 곡이 좋다고 칭찬을 해도 ‘선생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이 와요. 이 말은 칭찬은 감사하지만 또래에게 확인받고 싶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힙합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20대의 감수성에게 확인을 받고 싶다는 거죠. 전주사람들이 이런 인재들이 활동할 공간이나 공연을 만들어줘야 좋은 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임씨의 쓴소리는 그가 청춘을 보낸 전북권에 대한 애정이었다. 전북 출신 래퍼라는 혜택을 받은 만큼 그것을 이제 그가 만난 청춘들에게 돌려주며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임 씨의 눈은 밝았다. 그는 특히 랩이 가진 적응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클래식부터 우리 민요까지 어우러지는 랩은 그 자체로서 매력이 있다는 게 아티스트로서의 의견.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리드미컬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랩은 한편의 문학이자 음악입니다. 음악의 어느 장르에도 어우러지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래퍼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앞으로 지역의 래퍼들과 함께 전주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임씨의 믿음은 이제 튼튼히 자라기 시작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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