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와 함께
Z세대와 함께
  • 김성철
  • 승인 2019.08.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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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평창올림픽 당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이후로 27년 만에 남북단일팀이 구성됐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무드를 이어 가기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결성된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이 소식은 강한 반대 여론에 한동안 난항을 겪었는데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강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관련 여론 조사를 보면 19세~29세 응답자 중 82.8%가 남북단일팀 결성을 반대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철회하라는 관련 게시글이 도배되었으며 단일팀 구성이 한국대표선수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들러리가 됐고 이는 4년간 열심히 준비해 온 선수들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것. 한마디로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사례는 요즘 ‘신인류’라고도 불리는 Z세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소위 Z세대는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기회가 좁아지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해 기회가 사라지는 것에 아주 민감하게 대응한다.

 요즘 이들 Z세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Z세대에 해당하는 인구는 2020년 26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인구 약 76억명의 34%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Z세대가 사회 주류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자로서 이들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긴축재정과 성장 정체를 경험하며 자랐고, 불확실한 미래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며 자란 성장기는 그 이전 세대와 이들을 명확히 갈라 놓았다.

 소통 방식도 다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 미디어 소비가 급격히 팽창한 시절을 보내며 시간과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졌고 그 방식이 좀 더 개인적이고 자유분방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지연과 학연, 혈연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모임이 아닌 취향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돈을 쓰며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도 개인의 만족, 자기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어떤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신뢰의 기준을 진정성에 둔다. 공정한 생산 과정을 지키는 등 착한 기업에 호감을 보이고 소위 ‘갑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이 없더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축적해 온 진정성 있는 경험에 신뢰를 보내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된 우리에게도 “요즘 애들은 쯧쯧쯧….” 이라며 어른들의 혀를 차게 했던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다. 베이비붐세대, X세대, 밀레니엄세대를 지나 이제 Z세대의 시대가 왔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 많은 기성세대는 불편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새 세대를 바라보고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단순히 ‘어린 것들의 치기’ 정도로 치부해 버리며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잠재적 소비자이자 장차 함께 일할 동료이며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Z세대를 이해하고 접근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 선제적 미래를 준비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또한 미래 소비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이런 노력은 필수다.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새로운 세대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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