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지명은 그 지역의 어떤 장소에 대한 명칭에서 유래하기도 하고, 어떤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하기도 한다. 또는 어느 시점에서 행정구역의 새로운 명칭이 지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북지역 군산(群山)의 경우는 한 기관의 명칭이 다른 장소에서 옮겨 왔음에도 그 명칭이 계속 사용됨으로써, 그 지역의 명칭이 된 경우이다. 예로부터 옥구의 앞바다에 있는 선유도와 그 주위의 섬들을 통칭하여 군산도라 불러왔고, 선유도에는 고려 때부터 수군 기지가 있었고, 조선 시대 군산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선유도의 군산진을 우회하여 옥구지역, 금강유역을 왜구들이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숙종 무렵 선유도의 군산진을 옥구의 금강 입구, 고려말 최무선의 진포대첩으로 유명한 진포부근으로 군산진을 이전함에 따라, 그 지역이 군산으로 불리게 되었고, 선유도가 있는 군산도를 고(古)군산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군산은 누가 보아도 산이 무리지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군산이라 불리게 된 연유이다.
군산은 산이 무리지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고군산군도를 연상한다면, 왜 그러한 지명이 붙여졌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全州)라는 지명의 유래는 언뜻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온고을로 표현하지만, 왜 온전 전(全)자를 써서 지명을 정하였는지 궁금하다. 전주가 완산주에서 유래하여 완주가 되었고, 완주를 전주로 변경하였다는 사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주의 전(全)의 연원은 완주(完州)의 완(完)에서 나온 것이다. 완의 의미와 전의 의미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완산주의 명칭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옛 기록에 의하면 완산주의 명칭은 풍남문의 남쪽에 위치한 완산(完山)의 산명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완산주, 완주, 전주 명칭의 유래는 결국 옛 전주성의 남쪽에 있는 지금의 완산 칠봉으로 불리는 완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완산이 왜 완산이라 불리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경북 영천에도 시내에 완산이 있는데 속설에 의하면 산의 지세가 완만해서 완산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믿기 어렵다.
완산의 유래는 지세가 완만하다는 의미에서 찾기보다는, 지세가 온전하다는 의미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나 대체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다는 의미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완산의 명칭이 마한시대에는 원산(圓山)이었던 것으로 보아 완의 의미는 원만, 원융의 의미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완산은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는 산으로 이해된다.
완산은 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인가? 아마도 이는 풍수적인 의미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완산은 작은 산이지만 유명 큰 산처럼 갖추어야 할 특성들을 잘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외칠봉(장군봉, 검무봉, 선인봉, 모란봉, 금사봉, 매화봉, 도화봉)과 내칠봉(장군봉, 옥녀봉, 무학봉, 백운봉, 용두봉, 탄금봉, 매화봉)의 각 봉우리들의 명칭에서 천황봉을 호위하는 봉우리들의 명칭들을 발견할 수 있다. 북극성을 제왕의 자리로 본다면 북두칠성은 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호위한다. 일곱 봉우리가 내외로 한데 어우러져 있는 지세에서 완산의 명칭이 유래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완산이 전주 지역의 상징이 됨으로써 전주가 온고을의 명칭을 갖게 되고, 온의 의미가 오랫동안 전주의 정신적 표상이 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전주를 사는 사람들이 완산을 마음에 품게 되고 온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스스로를 성격지우는 경향성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전주 정신을 말할 때도 온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전주의 정신은 온전한 세상, 온전한 사람을 추구하는 데 있다. 후백제의 견훤, 조선의 정여립, 동학의 전봉준, 강증산, 원불교의 소태산 등이 전주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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