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Cristiano Ronaldo)와 앤 마리(Ann Marie) 사이
호날두(Cristiano Ronaldo)와 앤 마리(Ann Marie) 사이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08.01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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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에 따른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시비를 건 수출규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 국적기까지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 하여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국회 폐업이 장기화되면서 막말 정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날씨까지 후끈 달아오르니 국민들의 속마음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크리스티나 호날두(Cristiano Ronaldo)가 우리 축구 팬들을 우롱하고 훌쩍 떠난 일까지 일어났다. ‘최소 45분 출장’이라는 계약 조건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달아나버렸으니 오죽할까. 몸도 풀지 않고 벤치만 지켰지만,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35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한 시간 이상 지연된 경기에 짜증낼 만도 하였지만, 세계적인 스타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관중석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전광판에 비친 그의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며 그를 기다렸던 한국 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40만원이 넘는 입장료에도 아까운 줄 몰랐던 한국 팬들은 그의 등판 없이 경기가 끝나고서야 분통을 터트렸다. 한 술 더 떠 이렇다 할 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고 달아나기까지 했으니 그 실망과 분노는 얼마나 크고 높았을까. 

 이것은 엄청난 사기극이다. 보편적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벤투스 사리 감독은 “호날두의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아 뛰지 않기로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였지만, 호날두를 기다렸던 팬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오만방자했다. 입국부터 귀국에 이르기까지 10시간의 약속된 공식일정은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과 세계적인 스타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또한 보편적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더 놀란 것은 한국 팬들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귀국한 호날두가 SNS에 남긴 ‘집에 오니 좋다(Nice to back home)’는 메시지는 한국 팬들의 불편한 마음에 불을 질렀다.

 무엇이 호날두를 이렇게 오만하게 했을까. 높은 인기에 대한 자만이 불러온 재앙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보편적인 상식(Common Sense)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가수 앤 마리(Ann Marie)는 우리에게 훈훈한 사랑을 남겼다. 그녀는 지난 28일 인천에서 열릴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 당일 억수비가 쏟아지자 공연을 취소되었다. 그녀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한국 팬들은 안타까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앤 마리는 그녀의 잘못이 아님에도 한국 팬들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무료 게릴라 공연 소식을 전했다. 실제로 그녀는 호텔에서 공연하였고, 이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서 인스타그램에 생중계까지 했다. 얼마나 훈훈한 이야긴가. 물론 여기에도 운영 미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천 시를 대비하는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앤 마리는 이 위기를 탓하지 않고 더 따뜻한 가슴으로 한국 팬들을 감싸 안았다. 정작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은 앤 마리였지만, 스스로 먼저 나서서 한국 팬들에게 사랑을 전했다. 그래서 그녀의 게릴라 공연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호날두는 어땠는가. 자신의 명성과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하여 한국 팬들을 우롱하였다. 한 언론의 지적처럼 “한국은 한나절 들러 돈만 챙기는 호구(虎口)의 나라’ 쯤으로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이런 몰상식과 무례에 대하여 우리는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유벤투스 구단과 호날두에게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는 승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를 통해서 보여 주는 투지와 열정, 그리고 게임규칙에 담긴 신사도의 정신이 더 가치 있는 것 아닌가.

 호날두와 앤 마리가 보여준 극단의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우고 있다. 호날두가 몰염치와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었다면, 앤 마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위무하지 못한 대중예술은 또 하나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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