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수목원, 그 곳에는 항상 특별한 메세지가 있다
전주수목원, 그 곳에는 항상 특별한 메세지가 있다
  • 소재현
  • 승인 2019.07.31 20: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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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수목원 [식물별곡] <2>
그 곳에는 항상 특별한 메세지가 있다.  

나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으로 항상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식물에 무지했던 사람이 지금은 몇 안 되는 식물원이나 수목원 전문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대학 2학년 때인 80년도에 민주화 운동이 최고조에 달해 휴교령까지 내려진 마당에 강의가 제대로 될 수 없었고, 누구나 시위에 동참했던 터라 학업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대학 연구실은 열려 있었고 실험과 연구관련 공부는 할 수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전주수목원의 전신인 한국도로공사 전주묘포장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때가 1986년 초였으니 지금까지 33년이 넘게 흘러 왔는데, 공교롭게 전주수목원의 역사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이젠 함께했던 선배도 안계시고 필자마저 금년 말이 정년이니 수목원과 함께 해온 역사를 기억 속에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글을 쓴다.

  수목원의 규모를 평가할 때 면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수목원의 규모는 보유식물 종수가 얼마인지로 평가한다.

  전주수목원은 금년 초 기준으로 192과 3,681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니 종다양성의 보고라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식물종들은 섹션(section)별로 배치하면서 일반수목원(참나무과, 단풍나무과, 인동과 등), 잡초원(들풀원), 약초원, 암석원, 수생식물원, 무궁화원, 대나무원, 교재원, 남부수종원, 온실식물원, 양치식물원, 계류원, 멸종위기식물원 등의 분원에 고루 식재되어 있다.

분원 모두가 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몇 가지만 그 의미를 풀어보자.

  우리의 향토수종을 조경수로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파종과 삽목, 유묘(幼苗)이식 생장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고 그 산물로 일반수목원이 탄생하였는데, 웃지 못 할 에피소드(Episode)가 있어 잠시 소개한다.

  참나무류와 소나무를 조경수목으로 개발해서 고속도로에 심는다고 자문을 구하니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임업연구기관과 ~청의 박사급 공무원들이 “무식하면 용감해!”라고 하면서 “심근성(深根性) 수목이고 이식이 불가능한 수목을 어떻게 고속도로에 심지?”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지금 보라. 고속도로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조경수로 싱싱하게 자라고 있지 않은가? 그때 정확히 깨달았다. 자연과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발로 한다는 것을!

  그게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난 호에도 언급했지만 우리공사 뿐 아니라 관련분야에 오아시스 같은 연구결과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잡초의 이름과 생태를 알아야 잔디녹지대 제초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취지에서 논과 밭, 과수원, 산림지에서 자라는 잡초를 수집해서 전시하고 있는 곳이 전국유일의 잡초원이다.

  간혹 학자들이 잡초원라는 이름은 식물의 위상을 낮게 폄하하는 말 일수 있으니 다른 이름이 어떤가? 해서 지금은 들풀원으로 부르고 있다.

  또 하나 전주수목원에는 타식물원과 차별화된 양치식물원이 있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는 은화(隱花)식물로 고생대에 양치식물이 퇴적되어 석탄이된 고사리종류의 중요한 식물이다.

  세계적으로 1만종이상이 되고 우리나라에도 250종 이상이 분포하고 있는데, 식물의 갈래 중 대부분 꽃피는 식물(현화식물)만 알고 있지 꽃이 피지 않는 양치식물은 학자들도 관심밖에 두고 있었다.

  특히 제주도에 양치식물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시기 위해 반지하로 온실을 만들고 반그늘 상태로 습도를 유지해서 최적의 생육조건을 갖춘 후 200여종의 양치식물을 기르고 있다.

  요즈음 실내정원이 보편화되면서 그늘에 잘 자라는 양치식물이 꽃보다 아름다운 식물로 부각되면서 수요층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폐광산이나 중금속 침출수 등 환경오염 물질의 정화에 양치식물이 효과적이라고 하여 이 분야의 학자들의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폐광산의 중금속 비소는 큰봉의꼬리라는 식물이 효율적으로 정화 한다고 하여 연구되고 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분원들이 많지만 차제에 식물이야기를 하면서 차차 풀어가기로 한다.

  전주수목원에 꽃 피는 많은 종류의 식물들도 좋지만 여러모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양치식물원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라 하겠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몇 번보면 싫증이 날 수 있으나, 수목원은 시기에 따라 꽃이 다르게 피고 잎의 색과 볼륨(volume)이 다르게 나타나니 정적인공간이지만 항상 다이내믹(dynamic)하다.

  여름철 휴가를 실내에서 보내는 것보다 수목원을 산책하면서 식물들과 대화해 보면 식물이 주는 특별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지사 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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눙눙 2019-08-01 16:29:07
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커리 2019-08-01 10:07:45
전주수목원 꼭 한번 가봐야겠네요~~
도심속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