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각시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산골 각시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7.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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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게 깔끔한 도시여자가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먼 산골짜기로 들어가더니 5년 만에 완전 깡촌 여자 ‘장수댁’이 되었다" 책 뒤편 추천사부터 범상치 않은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산지니·1만5,000원)’의 저자는 조혜원(43)씨. 장수군 번암면 터를 잡은지도 어느새 6년차에 이른 조혜원 작가는 남편과 텃밭농사를 지으며 밤에는 일상 속에서 느낀점을 올리는 ‘주경야페’의 삶을 살고 있다. 시골 생활의 녹록치 않음과 그럼에도 즐거운 삶이 페이스북에서 지면으로 실린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녹음의 향기가 가득하다.

조혜원 작가는 서울 토박이자 ‘여성신문’ 기자,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다. 시골의 텃밭 앞에서는 그간의 경력이 무색하게 근육과 경험으로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 난감해하며 그 과정을 풀어썼다. 4개의 목차로 이뤄진 이 책은 4계절의 정취가 깊게 배었다. 산골의 봄은 도시보다 늦고, 겨울은 쉽사리 빠르지만 계절마다 작가가 직접 농사를 시도하고 망치고 그럼에도 결과를 얻는 과정은 도시의 삶에서 결여된 ‘노동의 자연스러운 현장’이 배어있다.

쑥과 고사리, 으름과 산딸기, 호박과 고구마, 시래기와 김장,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이 수확과정은 절대 녹록치 않다. 고라니와 뱀, 벌의 위협과 노동의 과정에서 상처도 뒤따른다. 잡초와의 싸움은 농사철 내내 끊이지 않는다. 허나 일상의 사소한 행위, 빨래, 장담그기, 나물캐기, 전부치기 등에서 작가는 불평보다 감사를 얘기한다. 웃음과 아픔이 공존하는 내용들이 독자를 작가가 겪은 현장으로 얽는다.

도시를 ‘극복’하게 되었다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이제 작가의 뿌리가 옮겨심겨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치과예약을 위해 2시간 일찍 집을 나서고, 서울 국립극장에서 추억을 더듬으며 신나는 마당놀이를 즐기지만 결국 작가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작은 컵을 잡는다. 이 손동작으로 작가의 마음이 산골에 확연히 뿌리를 내린 것이다.

시골 생활 동안 직접 찍은 사진이 글 사이서 맛을 돋우는 점도 포인트다. 사진의 각주 속에서 작가의 멘트를 찾아 읽다보면 숲 사이서 발견하는 과일 같은 매력이 담겨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지금도 텃밭에서 다품종 소량으로 텃밭을 일구고 있으며 가을쯤에는 책과 함께 머물 수 있는 북스테이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시골의 좋은 점은 이곳에 머물면서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데 눈치를 안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밤에는 외로움과 헛헛함이 어딘가에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밤마저도 사랑스럽다”고 답했다.

연극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인 김성녀 씨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렬로 뜨겁던 그녀가 농촌에서 행복함과 평온이 느껴지는 모습에 진정으로 사람사는 것 같다”며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귀촌의 삶을 설계하는 용기에 감동했다”고 평했다.

귀향과 귀촌의 삶이 궁금한 사람, 시골살이에 대해 꿈꾸는 사람이라면 페이지를 열어 마지막 페이지가 닫힐 때까지 멈추지 않을 매력을 지닌 이번 에세이는 전북의 광활한 자연의 내음이 잉크 사이마다 스몄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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