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미술이 품었던 아름다운 화가-박민평
전북미술이 품었던 아름다운 화가-박민평
  • 김선태
  • 승인 2019.07.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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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민평 화백

 엊그제 25일 전북미술계 원로작가 한 분이 돌아가셨다. 향년 80세로 양화가 박민평 선생님의 소천 소식을 전북미술협회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순간 선생님의 살아생전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항상 헌팅캡에 콧수염과 구레나룻 모습으로 동문사거리 근처 막걸리 집에서 걸쭉한 막걸리 사발을 기울이시고 턱수염을 쓰다듬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천성이 사람을 좋아해서 전북화단에서는 선후배를 비롯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존경받던 소탈한 성격이셨다.

 언젠가 필자가 미술관으로부터 선생님 작품에 대한 글을 부탁받고 노송동 자택 겸 화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조그마한 꽃밭 같은 정원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작업실, 그 안에 가득한 작품들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던 때가 생각난다. 솔직히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꽃밭에 애지중지 키우던 다양한 예쁜 꽃들에 대한 화제가 더 많았다.

 달변은 아니지만 퍽 솔직하고 대화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분이셨다. 항상 겸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실 줄 아는 선생님의 모습과 작품들이 오버랩 되어 잘 그린 그림 이라기보다는 선생님을 닮아 좋은 그림으로 품성이 넉넉한 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부분 화가들은 개인적인 작업 속성상 자기주장이 강하고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않고 원만함을 보여 주기 힘들지만, 선생님은 평소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 그런 분이셨다. 그렇다고 마냥 볼썽사나운 것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경우에 맞게 상대방에게 애정 어린 충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마디 툭 던지는 말씀에서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여 이를 매우 쉽게 전달하는 재능을 갖추신 분이다.

 무릇 예술은 그 무엇을 속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그림이 갖고 있는 서정성과 감동 탁월한 예술적 기량과 조형성이 선생님의 품성과 몹시도 닮아있다.

 선생님의 성격처럼 작품은 서정적 색채가 짙고 따뜻하고 푸근하다. 이는 아마도 선생님의 고향이 전북 부안의 시골 농촌이고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적 정서를 생득적으로 타고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로 다루는 소재는 장미꽃, 해바라기, 산, 나무 등 서너 가지 정도이다. 이러한 평범한 소재는 무수히 많은 화가가 그려왔기 때문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어렵다는 말도 되고 또 그만큼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하다.

 많은 화가들이 시대적인 미의식에 재빨리 편승하면서 자신을 가누기도 하고 한 시대가 지나면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간 속에서 선생님께서 보여준 고집스런 자기세계의 천착은 부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없는 위안과 자극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후 지방 미술계 여건이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문화 예술이 중앙무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선생님 존재 그 자체가 전북미술계 자존심이요 긍지였다.

 선생님의 작품은 한정된 주제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하는 세계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탐구로 자기 주관적인 미학을 펼쳐 보여줌으로서 전북화단에서 구상화가로서의 굳건한 자리를 구축하였다.

 멀리 볼 때, 전북 현대미술에서 이만한 작가와 작품이 없었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전북미술사의 큰 자산이셨던 한 부분, 이제 부침이 되신 선생님은 진짜 자기다운 삶을 살다 가셨다. 그림 자체가 맑고 꾸밈이 없고 가장 진솔하고 화가답게 살다 가셨다.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는다고 했던가, 이제 빈자리를 후배들이 채우고 박민평 선생님의 화력과 숨결을 기린 유작전은 이 지역 미술인들의 여백으로 남겨놓았다.

 

글 = 김선태(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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