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이빨갈기’ 멸시를 넘으려면
‘멸치 이빨갈기’ 멸시를 넘으려면
  • 이보원
  • 승인 2019.07.2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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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무역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날선 공방을 벌이며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치킨게임’양상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배당판결을 둘러싼 양국의 외교 갈등이 이달 초 일본의 한국에 대한 3개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시행으로 경제전쟁으로까지 확전됐다.

국제법 위반 책임을 상대국에 떠넘기며 접점을 찾기 보다 갈수록 상대에 등을 돌리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고노 외상은 외교석상에서 상대국 대사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끊는가하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조치를 즉각 이행하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극히 무례’등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외교적 수사(修辭)나 범절(凡節)은 아예 잊은 듯 했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권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등 추가적 보복 조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가 촉발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정치권과 각급 기관사회 단체들의 규탄 결의안 채택과 성명서 발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불매운동은 온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일본산 의류와 음료 생활가전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한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반일 감정을 일본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부 일본 언론에는 ‘한국 불매운동 낮에는 반일, 밤에는 아사히 맥주로 건배, 어처구니 없는 실태’라는 제목의 냉소적인 기사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한국의 불매운동이 과거에 성공한 적이 없고 일본에 대한 실질적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조롱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일 양국 관계의 애증은 골이 깊고도 깊다.

스포츠 경기에도 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절대로 지면 안 됐다.

국민적 정서는 그야말로 불구대천(不俱戴天)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정반대다.

수출규제 조치가 취해지자 온나라가 벌집 쑤신 듯 벌컥 뒤집힌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기초소재 산업분야는 아직도 식민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약하고 갈길이 멀다.

미국을 방문한 아베가 골프를 치면서 트럼프를 좇아가다 벙커에서 뒤로 나뒹구는 동영상이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

비굴하기 짝이 없는 아베라고 배알이 없어서 트럼프의 푸들을 자처했겠는가.

경제대국 일본도 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어떻게 하는 게 국익을 지키는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인들 사이에 ‘멸치 이빨갈기’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상어와 맞짱 뜬 멸치가 흡씬 두둘겨 맞고 분을 삭이지 못해 이를 득득갈지만 그래 봤자라는 뜻이다. 바로 일본인들이 한국사람의 반일감정을 멸시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참다운 극일(克日)은 소리만 요란한 불매운동이나 반일감정만으론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일본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고 일본 관광지와 면세점마다 넘쳐나는 한국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출때 저들을 아프고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국민성과 의식의 문제다. 조용히 소리소문 없는 국민적 실천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공분과 극일은 말짱 도로묵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경제 전쟁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자 일본에 종속된 기초 소재 산업분야의 기술력 확보와 국산화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경제적·국가적 아젠다가 돼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고통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한단계 약진하고 치졸한 일본을 넘어서려면 결코 우회할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가 그동안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이참에 되짚어 봐야 한다.

이보원 논설위원/아카데미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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