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의협회장의 단식 그리고 심평의학
문재인케어, 의협회장의 단식 그리고 심평의학
  • 김형준
  • 승인 2019.07.2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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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 의료정책의 핵심인 이른바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정책이 진행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작된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던 3대 비급여 항목 즉, 선택진료비/상급병실/MRI·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와 치료에 필요한 필수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동시에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일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재인케어’ 성과 보고대회를 일산병원에서 성대히 열고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또다시 강조하였다. 또한 지난 2년간 ‘문재인케어’로 약 3,600만 명의 국민이 의료비가 경감되는 혜택을 받아 약 2조 2,000억 원의 가계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로 내용을 보면 우선 환자가 전액을 다 내야 했던 비급여 진료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1조4천억 원의 부담이 경감되고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의 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5%로 낮춰 8천억 원이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상급 종합병원에서 중증 환자가 많이 받는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부담이 4분의 1까지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에서 대학교수에게 진료받는 경우 지불하던 선택진료비가 전면 폐지되었고, 뇌 관련 MRI 비용은 66만원에서 18만원으로 낮아졌으며 상복부 초음파 비용도 16만원에서 6만원으로 경감됐었다. 그리고 4인 상급병실도 보험혜택을 받게 되었으며, 올 7월 1일부터는 보험 혜택이 2~3인 상급병실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분명히 혜택이 늘고 비용부담이 줄면서 환영받을 일임에도 의료계와 보험재정 전문가, 그리고 야당을 중심으로 자화자찬식 정부의 발표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정책의 전면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보험재정가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문재인케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간 수조 억의 추가 재정이 필요한 상태인데 과연 지속가능한 지에 대한 우려이다. 이미 작년 말 기준 건보재정은 1,200억 적자로 ‘문재인케어’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건강보험 지출이 지난해 62조3천억 원에서 2024년에는 103조 5천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국가예산처는 추산하고 있다. 이대로는 2023년에 건강보험재정이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매년 3.49%이상 추가 인상해야 가능한데 준조세인 건보료 인상은 국민, 자영업자, 기업 등의 반발이 커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편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국 의사들의 전면적인 파업투쟁으로 이어갈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의협의 요구는 ‘문재인케어’가 시작되면서 정부가 약속한 ‘교과서적인 진료’가 가능한 적정수가의 인상을 지키라는 것으로 동네 의원급 진찰료 등의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인정했듯 원가에도 못 미치는 현행 보험수가 대신 비급여 항목으로 벌충하던 고육책을 급여화로 막을 경우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 수가를 현실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협의 요구가 지나친 것이 아닌 또 다른 이유가 바로 ‘문재인케어’가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을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택진료비폐지, 상급병실료와 MRI/초음파 등 고가 검사료 인하로 대변되는 ‘문재인케어’와 실손 보험이 맞물리면서 대형병원의 가격 문턱이 낮아지면서 동네 의원에서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대형병원은 내원 환자수(내원일수)가 100% 넘게 증가했다. 규모가 조금 작은 병원급은 요양병원의 폭발적인 증가 덕에 무려 400%가 넘게 환자가 증가했다. 그런데 동네 의원의 환자증가는 36.4%에 불과했는데 의원의 의사수가 61.3%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의원의 환자 수는 약 15~20%이상 오히려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 또 한 가지 동네 의원들이 가지는 고통 중에 하나는 바로 ‘심평의학’이라는 웃지 못할 현실 때문이다. ‘심평의학’이란 의사가 실시한 시술과 처방이 적절한지 심사평가하여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지침이 실제 교과서적인 진료와는 동떨어져 있는 현실을 의사들 사이에서 냉소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어깨와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동시에 받아도 한 곳만 보험을 인정한다든지, 모든 병세와 병명을 무시하고 근육주사는 한 달에 3번만 인정한다더니 등의 식이다. 마치 5공 시절 보도지침에 따라 신문기사를 쓰던 기자들 같은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근거 없이 푼돈의 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한 꼼수식의 평가지침은 그대로 둔 채 대형병원의 상급병실이나 고가 검사만 보험적용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동네 의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의료비용 관리의 핵심인 의료전달체계를 심각히 왜곡시키고 보험재정을 망가뜨려 국민 모두에게 그 피해가 가게 될 것이다. ‘문재인케어’로 의료 보장성을 높이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과 함께 눈에 보이는 생색내기 식 정책이 아니라 진찰료의 현실화와 같이 작지만, 의료의 기본이 강화하는 방향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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