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다도(煎茶道)의 형식미
일본 전다도(煎茶道)의 형식미
  • 이창숙
  • 승인 2019.07.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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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56>
다관, 손잡이 봉이 달려있다. 다관내부에는 거름망이 있다.

 차를 가장 잘 이미지화한 일본, 그들의 다도문화는 크게 전다도와 다도라는 두 가지 형식이 있다. 형성된 시기도 다르며 추구하는 사상과 사용되는 차와 도구 등이 모두 다르다. 전다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지금의 다도인 차노유가 유행하던 시기인 1654년 중국으로부터 유입된다. 전다도는 물을 끓여 차를 달이며 시와 아취를 즐기는 문인풍의 다법이다. 처음에는 격식이 없었으나 후에 형식을 도입하여 절차를 갖추게 된다.

  전다를 보급 시킨 인물은 바이사오로 알려진다. 바이사오는 ‘차를 파는 노인’이라는 뜻으로 그는 다점을 열어 차를 팔았는데, “찻값은 황금 백 냥이든 반 푼이든 주는 대로 받습니다. 그냥 마셔도 좋으나 공짜보다 낮은 가격은 안 됩니다”라는 예사롭지 않은 글을 가게 앞에 적어놓고 차를 팔았다고 한다. 다법이라는 형식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하였고 외형적인 부분을 모방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형식미가 추가되어 빈틈없는 규범이 만들어지고 명품다기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자신의 안목을 높이는 외형적 요소로서 중요시되었다.

  다도는 말차(가루차)를 사용하지만 전다도는 찻잎을 우려 마시는 잎차를 사용한다. 찻잎을 다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방식이다. 차를 다루는 기본적인 요건으로는 찻잎, 물, 물의 온도, 우리는 시간, 용기 등이 있다. 이는 차의 맛을 결정하는데 기본적인 요소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과자는 반드시 첫째 잔을 마시고 난 후에 먹는다. 크기는 작은 것으로 차의 풍미를 해치지 않도록 맛이 너무 강하지 않은 마른 과자가 좋다. 전다는 그만큼 차의 맛을 중요시한다.

 전다도에서 차품질이 좋은 차일수록 찻잎을 넉넉하게 넣고 낮은 온도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우린다. 물이 완전히 끓은 후 차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온도로 식힌 후 사용한다. 한 번 사용하고 남은 식은 물은 다시 쓰지 않고 새 물을 쓴다.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이 어려워 반복적인 연습을 한 후에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을 터득하는 과정이 있어 도(道)가 붙는 것이다.

 찻 자리는 특별히 구별하지 않고 서재나 작은 다실 혹은 넓은 거실 등에서 다양하게 즐긴다. 다실의 장식용 도구와 데마에(点茶, 차를 달이는 일체의 행위 )도구가 있다. 장식용 도구는 작은 공간에서 차를 마심으로써 현실과 분리된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좋다. 폭이 30~40㎝, 길이 40~50㎝인 ‘청풍(淸風)’이나 ‘끽다거(喫茶去)’ 같은 글귀가 쓰인 다기(茶旗)는 걸어둔다. 데마에 도구는 찻잎을 우리는 옆 손잡이가 있는 것과 없는 다관이 있으며 적절하게 선택하면 된다. 찻물을 끓이는 물 주전자와 화로가 있다. 손님용 차가 든 다관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바구니, 물의 온도를 식히는 식힘 사발, 차를 나를 때 사용하는 쟁반 등이 있다.

 외형적 요소를 갖추기 위한 도구 마련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각 계파가 형성되고 교육하는 곳까지 마련된다. 교습방법은 여러 단계로 세밀하게 나누고 각 단계마다 면허장을 교부하고 수수료를 납부하게 하는 등 형식화가 되었다.

 이러한 형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오랫동안 일본의 사상적 배경과 이에모토(家元)의 권위와 이미 뿌리내린 사상의 영향으로 정해진 격식대로 하는 것이 당연시된 것이다. 이에모토는 일본의 사상과 예법을 가장 잘 계승시켜온 제도이다. 전다도에 있어 이에모토 제도는 다도구라는 물질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다도구의 명칭, 작가, 소유자 이름을 써넣는 제도가 있어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전다도 대단히 성행했을 때는 말차를 압도했다고 한다. 이때 전다기(煎茶器)는 고액에 매매되었고, 이러한 풍토가 전다회를 ‘골통품 전시 판매대회’로 이끌었다. 때문에 문인들의 정신과 자연의 정신은 잃어버리고 ‘도구화’되어 격식화 된 전다도는 쇠퇴하였다. 잎차를 우려마시는 보편화 된 전다는 일상생활에서 마시는 녹차문화로 일본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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