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보 김현정×박세진 대표…공존을 위한 공간에 대한 고민
디자인에보 김현정×박세진 대표…공존을 위한 공간에 대한 고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7.21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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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다르지만 괜찮아]<2>
전북 최초 미디어전문 레지던시를 진행하고 있는 공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러프엣지를 방문해 디자인에보의 박세진(왼쪽), 김현정 대표를 만났다. (김미진 기자)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주민 가까이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일에 몰입중인 곳이 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디자인회사 에보는 2016년 구도심 서신동으로 회사를 옮겨 여러가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갤러리와 디자인 서점을 운영하면서 주민과 학생들이 동네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일에 집중했고, 지난해부터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공모에 선정돼 에보미디어레지던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올해는 또 어떠한 이벤트들이 준비되고 있을까?

비슷한 가치관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 함께 걸을 수 있는 일은 축복이다.

디자인에보의 디자이너 부부 김현정(39)·박세진(38)씨는 평소 동네문화와 예술교육, 도시 재생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문화예술이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 오아시스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왔던 것. 두 사람은 모두가 함께 즐거운 ‘공존을 위한 공간(Space of Coexistence)’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존예술가’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물론, 30대 초반에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뛰어들었다가 사람에게 치이고, 돈도 버리고, 실패도 맛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고, 또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인 전주에서 여러 가지 실험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전라북도 최초의 미디어전문 레지던시를 통해서는 작가 3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물론, 레지던시의 참여가 이들 작가의 이력의 전부가 되지는 않을테지만 올해 이들 작가의 행보는 주목되고도 남는다. 유민석 작가는 기업은행 신진작가 공모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송지연 작가는 해외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지연 작가는 패션 브랜드를 설립했다.

 이러한 성과에 자신감이 붙은 김·박 대표는 올해 또 다른 일을 벌이고 말았다. 보다 확장된 내용으로 ‘도시와 공간, 사람 간의 공존을 위한 공간’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서신동을 벗어나 팔복동의 옛 골목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어린 시절 동네, 그 옛집을 작가들만의 영감을 담아낸 스토리텔링 작품으로 변모시켜보겠다는 것이 기획의 의지다.

 “팔복예술공장은 대외적으로 참 인기가 좋은데, 막상 길 건너편의 사람이 사는 동네는 섬처럼 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마을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실험인 만큼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미는 활동은 배제하고, 팔복오길에 걸맞는 프로젝트를 꾸려볼 생각이에요.”

 박 대표의 고향이기에 동네 주민들과 안면이 있는 것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이들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올해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장지연, 이현지, 카하수완 푸총 작가다. 이들은 이곳 공단 지역의 오래된 주택(팔복5길 41-18)에서 8월 첫 전시를 시작으로 총 3회의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펼친다. 아마도 집이 주는 각자의 의미를 되짚고,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의미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김현정 대표는 “어쩌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놔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천천히 정리해나가면서 서신동과 팔복동의 두 공간을 성장시켜 나가고 싶다”면서 “지역과 예술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미디어아트 전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돈을 벌려고 생각했다면 응당 다른 일을 벌이는게 맞았다. 어렵게 공간을 마련했으니 임대사업을 벌이는게 훨씬 남는 장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장사는 부부의 삶의 결과 맞대기에는 어색하기 짝이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속마음을 읽어주기라도 한 것일까? 드디어, 부부의 아지트 러프엣지빌딩(전주시 완산구 서신천변로 43)의 문 앞을 기웃기웃했던 주민들도 하나 둘씩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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