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도 함께 가야 멀리 간다
농가도 함께 가야 멀리 간다
  • 최재용
  • 승인 2019.07.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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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도매시장 양파가격이 최근 5년 평년가격의 반절 정도로 떨어졌다.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은 겨울을 나는 작물인 양파가 작년 겨울 큰 추위도 없고 봄철 비도 적당히 내려주면서 생육환경이 유례없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글프게도 풍년의 역설을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생산이 되었기에 그런 것일까?

 아직 정확한 통계를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15% 정도가 증산되었다고 분석한다. 농산물은 생산량의 증감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공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게 되는 것이다. 공산품이야 1~2년 재고로 쌓아놓을 수도 있겠지만, 농산물, 특히 과일이나 채소는 저장이 어려워서 수확기가 되면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도 상당히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 지자체와 농협 등 생산자 단체와 함께 과잉물량에 대한 시장격리 조치를 단행하고, 수출도 대폭 늘려 국내시장에 반입되는 물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전국 양파 재배면적의 12.5%를 차지하는 우리 도의 경우도 정부정책에 맞춰 추가로 시장격리 물량을 늘렸고, 수출지원을 하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소비자 직판 행사를 진행하면서, 도 농수산발전기금 융자제도를 통해 주산지 지역농협들의 양파 수매를 수요에 맞춰 지원도 하고 있다.

 최악에는 시장가격이 지금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면 소규모 양파 재배농가의 경우에는 도차원에서 실시하는 최저가격보장제에 따라 설정된 최저가격에 못 미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연말에 보전도 받을 수 있다. 작년의 경우도 양파가격이 낮아 최저가격보장제에 참여하는 182농가에 1억 4천만원 정도가 지급되었다. 올해는 양파는 이 사업에 267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최저가격보장제는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파 공급물량 조절을 통해서도 전국적인 시장가격이 너무 낮아져 손해를 보게 된 농가에 대한 가격보전 정책이다. 일종의 사후적인 성격의 대책이란 것이다.

 다시 앞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양파 가격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예컨대 이러한 원인은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농산물을 마냥 재고로 쌓아둘 수 없는 농가의 이러한 궁박한 상황을 중도매상인들이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도매시장의 경매 낙찰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그러한 속내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농산물이 부족해 보일 때는 속된 말로 밭떼기까지 하면서 포전매매를 하다가도, 작황이 좋고 풍작이 될듯하면 개별 농가와의 거래를 단숨에 중단하고 떠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모든 피해는 결국 농가가 지게 되는 참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는 양파 재배농가의 조직화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고 싶다. 예컨대 우리나라 양파 재배농가 대부분이 지역농협 등 유통주체를 중심으로 조직화하여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적정하게 계획생산도 하고,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일사불란하게 시장 출하물량을 줄일 수 있다. 시장도 공급주체의 그런 능력을 알기에 함부로 가격을 낮게 부를 수도 없다. 그런 도매시장과 마트엔 공급을 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념해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다. 이 방향이 맞는다면 정책과 사업의 방향을 여기에 맞춰 최대한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황소 같은 걸음으로 뚜벅뚜벅 흔들림없이 가야 한다.

 우리 도는 이런 맥락에서 시군별로 통합마케팅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즉 지역농협과 영농법인이 생산은 각자 하더라도 선별, 유통, 마케팅을 시군단위의 단일 창구를 통해 하는 것이다. 적은 농산물을 한 때 잠깐 시장에 갖고 갈 때보다 많은 농산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그만큼 커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도 더 낫다. 우월적 입장에 있다는 시장과 마트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현재 시군별 편차는 있지만, 시군별 통합마케팅 조직에 참여하는 비율은 대상농가의 47% 정도이다.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지만 시군별로, 또 품목별로 대상농가들의 응집력과 참여 수준은 차이가 크다. 행정이 아직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을 보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최재용<전라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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