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왜란(己亥倭亂), 국민적 지혜 모아야 한다
기해왜란(己亥倭亂), 국민적 지혜 모아야 한다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07.18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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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일관계가 매우 우려스러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에게 껄끄러운 존재다. 지금까지 일본과 우리는 이웃으로서 기쁨을 공유해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은 온전히 일본 탓이다. 임진왜란의 참혹함, 36년 일제강점기, 그리고 남북 분단 70년사가 모두 일본이 만들어 낸 비극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에 온갖 수모를 당해오면서도 크게 위축당하지 않았다. 만년 피해자였지만, 일본에 대해서만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려고 했다. 한일 간에 펼치는 스포츠 경기는 그 정점이다. 그래서 늘 응원전은 늘 뜨거웠고, 선수들은 죽을힘을 다해 그들과 싸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는 물론이고, 말과 글, 그리고 정신까지 빼앗겼던 암흑의 시대를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다시는 그런 비극을 맞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결과다.

 일본은 제2차대전 패전국이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한반도의 6.25 전쟁이 그들의 전후복구를 돕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어찌 됐든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을 곧잘 무시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국가로서 품격을 갖추지 못한 야만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하여 참회와 고백을 하지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 징용자들의 희생에 무관심했다. 그러더니 대법원이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하자,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구실로 경제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그들은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강제 징용자에 대한 배상 판결 때문에 경제보복을 한다더니, 이제는 그것과는 상관없는 안보상의 전략이라고 둘러댄다. 그들 스스로 대북제재를 어겨 놓고, 한국을 의심하는 몰염치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반응 또한 여러 가지다. 일반 시민들은 일본의 이러한 태도에 분노하여 일본 제품을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일부 언론과 정파에서는 오히려 일본 편을 드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정부의 대책을 비난하고 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하여 ‘경제보복’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그들의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다. 일본 내 극우파의 결집을 도모하고 군사강국의 면모로 바꾸고자 하는 아베의 야망이 읽힌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사로 그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한국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속셈도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임진왜란 때의 선조의 무능함을 이야기한다. 또 병자호란을 들먹이면서 주전파와 주화파의 이야기를 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고민은 크고 깊을 수밖에 없다. 야당도, 언론도 뾰족한 대안 하나 없이 비판만 일삼고 있다.

 그렇다.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상황 이상으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일본과의 불화를 현 정부 탓만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해방 후 문제 제기 하나 못하고 덜컥 협정에 동의해 버린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는가. 게다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에도 이벤트성 독도 방문을 통해서 한일관계를 뒤틀리게 한 이명박 전 대통령, 국민 정서와 다르게 한일 위안부 문제를 처리해 버린 박근혜 정부는 책임이 없는가.

 국민은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일본상품을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마당에 정치인들은 서로 비난하기에 바쁘다. 경제보복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는 이 상황은 분명 또 하나의 전쟁이다. 필자는 이를 기해왜란(己亥倭亂)이라고 부르고 싶다. 전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정치적으로 견해가 다를 때에는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국가가 총체적 위기에 처하게 되면 정쟁을 접고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정치권의 꼬락서니는 한쪽에서는 마치 호재라도 만난 듯 요란하고, 또 한쪽에서는 길을 잃은 것처럼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서로 힘을 합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차제에 일본에 의지하는 경제구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일본이 일으킨 기해왜란(己亥倭亂)에 백기 항복을 요구하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온 국민이 단결하여 일본의 야만적 행위에 저항하고, 스스로 우뚝 서기 위한 제2의 독립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한다.

 

무울 송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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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2019-07-22 09:31:00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