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전주의 학생이 바라본 일상이 2019년과 만나다
130년 전 전주의 학생이 바라본 일상이 2019년과 만나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07.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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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년 전 전주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 당시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주중과 주말을 보냈을까? 근현대의 전주를 조명할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일기 속의 100년 전 전주이야기(신아출판사/15,000원)’은 지난 ‘제1회 전주 관련 기록물 수집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故) 이상래 선생의 일기다. 당시 진안 주천면 사립 진안 화동학교를 졸업해 전주 농업학교에 진학한 1916년 5월부터 8월까지의 일기로,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점을 담은 기록물이다.

 당시 이상래 선생은 신식 학교에 진학해 신학문과 전문 농업 교육을 받으며 그 일과를 소상히 기록했다. 첫째 장부터 소풍을 가지 못해 강당에서 축음기로 음악을 듣고 교내에서 교우회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간 기록은 5월에 소풍이 취소된 학생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선생의 기록 중 휴일의 일상은 현재에도 공감대를 불러오는 것이 많다. 동급생들과 다가정(多佳停)에서 운동회를, 팔달정(현 팔달로 추정)에서 최신 연극이었던 전주좌대성단신파연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감동받은 이야기 등은 그 시대의 청춘들이 어떤 식으로 여가를 즐겼는지 짐작케 한다.

 또 당시 석가탄신일 관등제 참석, 경편철도를 이용해 전주시 외곽으로 여겼던 덕진공원을 방문해 관람했던 자전거 경기, 한벽루와 오목대를 산책하는 등 전주시의 역사 깊은 장소들에 대한 기록 역시 현재의 명소들을 다시 둘러보게 한다.

 한편 당시 불합리한 일제의 제도에 의해 빈번히 학생들이 동원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선생들이 조선인들에 미개하다고 훈계하는 에피소드들은 시대의 한계에 마주친 젊은 청년들의 비애와 피곤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다.

 구성 역시 눈에 띈다. 먼저 프롤로그에는 당시 이상래 선생이 재학했던 진안화동학교와 공립전주농업학교 등 기관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일기와 일기 사이에는 선생의 자녀인 이용우, 이용엽 씨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뒷면에는 선생의 일기 초고와 번역본이 그대로 담겨 있어 당시 기록물에 대한 역사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이상래 선생의 장남인 이용우 씨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스무살 청년의 눈에 비친 전주의 모습에 대해, 선친이 지냈던 생활과 느낌에 대해 정리했다”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면서도 방과 후에 산보를 즐기던 선친의 푸른 꿈과 희망에 대해 후대에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펴낸다”고 답했다.

 이상래 선생의 막내딸인 이용미 수필가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아버지의 풋풋한 청춘이 뭉클하면서도 생경하게 다가와 비밀처럼 자리하고 있던 아버지의 일기가 세상에 책으로 나왔다”며 “돌아가실 때까지 책과 펜을 놓지 않았고 언제나 낭만이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일기로 다시 읽으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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