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큰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 서정환
  • 승인 2019.07.14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눈을 감고 앉아 있을 때 노랑 앵무새를 생각하지 말라.”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눈을 감자마자 노랑 앵무새를 떠올릴 것이다. 그 생각은 차츰 강박적이 되어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나, 심지어 꿈속에서도 노랑 앵무새가 나타날 것이다. 그새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 쉽게 큰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싸우느라 삶의 아름다움에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인데도 마음은 그 하나를 전체로 만든다. 삶에서 겪는 문제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더 중요한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마음과 가슴이 열린다. 영적인 삶의 정의는 ‘가슴을 여는 것’ 혹은 ‘받아들임’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류시화 시인에 의하면, 얼마 전 한국에 온 인도인 친구의 삼촌이 급성 빈혈에 걸려 수혈이 필요했다. 혈액형이 희귀해 애를 먹긴 했으나 수혈에 성공했고 건강을 회복해 정상 생활로 돌아갔는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정통 힌두교도인 그 사람은 자신에게 혈액을 기증한 사람이 누구일까? 자기처럼 신분이 높은 계급일까, 아니면 하층민일까? 만약에 불가촉천민(접촉할 수 없는 천민이란 뜻)이면 어떻게 하지? 혹시라도 무슬림이거나 범죄자라면?

 자기 몸 안에 수혈된 낯선 피에 대한 의혹이 점점 커진 나머지 심장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났다. 이 사람은 기증받은 혈액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도 믿지 않았으며, 결국에는 심한 신경쇠약증에 걸렸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 그는 자신의 비정상적인 심박수와 불안증과 피로감이 정체 모를 혈액 기증자의 DNA와 헤모글로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신했다. 화가 난 그는 관공서마다 전화를 걸어 낮은 카스트의 혈액을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수혈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절박했던 급성 빈혈에서 살아난 기쁨은 사라지고, 그가 문제를 확대시킴으로써 세상은 메아리처럼 그에게 더 많은 문제를 안겨주었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 다시금 주어진 새 삶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 여성이 말기암 진단을 받고 충격으로 심한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영적 스승에게 조언을 청하자 스승이 말했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아요.” 암에 걸린 것은 불행한 사건이지만, 그것을 스스로 더 크게 확대시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평소 수행을 해 오던 그녀는 그 조언의 의미를 이해하고 차츰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암은 자신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주위에서 놀랄 정도로 과거보다 더 활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암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자 두려움과 싸우던 에너지가 생명력으로 바뀌어 스스로 치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와 화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문제는 작아지고 우리는 커진다. 실제로 우리 자신은 문제보다 더 큰 존재이다.

 행복한 일이든 불행한 일이든 이것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 물론 이런 조언은 함부로 흉내 내선 안 된다. 만약 큰 성공으로 행복해하거나 불의의 상실로 고통받거나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이에게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간 당신은 당장 쫓겨나거나 절교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 조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때 의미가 있다. 잊지 말자. “단지 하나의 사건일 뿐인데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

 서정환<신아출판사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