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로 끝내 숨진 신문배달원 …가해자는 사과도 없이 발뺌
음주 뺑소니로 끝내 숨진 신문배달원 …가해자는 사과도 없이 발뺌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7.1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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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운전은 살인 행위입니다. 남아있는 가족들도 두 번 죽이는.”

 지난 12일 전주 한 장례식장. 이날 아침 동생을 먼저 보낸 김태형(59) 씨가 눈물을 머금고 내뱉은 말이다.

 신문 배달 중 음주 뺑소니 사고를 당해 7개월 동안 병상 위에서 산소 호흡기를 단 채 혼수상태로 지냈던 김 씨 동생 고(故) 김태환(56) 씨가 이날 아침 7시께 세상과 이별했다.

 태환 씨는 지난 1월 10일 자정 무렵 전주시 효자동 KT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신호를 기다리다 정모(22)씨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에 치였다. 운전자 정씨는 사고 발생 직후 그대로 현장을 달아났다.

 이 사건 이후 형 태형 씨는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7개월간 물심양면으로 지켰다.

 동생이 불구가 돼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달라며 기도하며 동생을 살폈다.

 눈시울을 붉힌 태형 씨는 “병원에 들릴 때면 매번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혹시라도 동생으로부터 반응이 올까라는 희망 때문이다”면서 “이제는 그런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태형 씨는 동생을 잃은 슬픔과 함께 음주 사실을 번복하는 뺑소니범에 대한 울분도 가득했다.

 그는 “음주 운전은 내 동생도 죽였지만 우리 가족도 같이 죽인 거나 마찬가지다”면서 “(동생이)호스로 생명을 연명하고 있을 때 가해자 정씨는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상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부모라도 자식을 끌고 와 사과하는 게 순리 아닙니까?”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입니다. 절대 술 먹고 운전대에 손을 잡아선 안됩니다”면서 “저희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해자 정씨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는커녕 진술을 번복하며 음주 사실조차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상근예비역이던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무서워서 도망갔다”며 음주 운전을 시인했다.

 하지만 당시 군사법원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정씨는 음주 사실을 돌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 3월 정씨의 전역과 동시에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방검찰청은 사안이 중하고 피해회복에 대한 노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정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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