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리드싱어 이승규의 자전적 수기 (25) 신화창조 4
코리아나 리드싱어 이승규의 자전적 수기 (25) 신화창조 4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9.07.1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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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의욕적인 준비작업을 해온 작곡가 모로더가 작사가 톰 휘트록과 함께 ‘손에 손잡고’의 악보를 완성한 것은 88년 3월초였다.

 우리 멤버들은 3월말 할리우드로 가서 한달동안 가녹음을 했다. 이때 만들어진 ‘손에 손잡고’의 연주시간은 5분 15초였는데 조직위 관계자들은 이 테이프를 검토한 뒤 연주시간이 너무 길고 가사에 한국을 상징하는 내용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처음곡에 포함되지 않았던 ‘아리랑’과 ‘조용한 아침’이란 단어를 삽입하고 연주시간도 4분 10초로 줄였다.

 이렇게해서 ‘손에 손잡고’가 오나성된 것은 6월 초로 장장 3개월 만에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를 들어본 조직위 관계자와 전문위원들은 여전히 불만족스런 표정들이었다.

 “편곡이 잘못되었다” “손에 손잡고 유치원 가느냐”는 등 제목부터 시작해서 트집을 잡았다.

 코리아나 멤버들은 6월초 녹음이 끝나자 곧장 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한달여의 촬영이 끝나고 7월 중순 서울올림픽 공식가요 ‘손에 손잡고’ 음반이 세계 각국에서 발매되기 시작했다. 보급은 각국의 폴리그램계 역사를 통해 라디오, TV 방송사 등에 전달됐다. 우리들은 레코드 발매와 함께 유고슬라비아 등 동구권과 유럽 각국을 돌며 홍보 공연을 벌였다.

 유럽 전역에서 홍보활동을 벌이고 88년 9월8일 서울에 도착, 행사 리허설을 준비하는 사이 문제가 발생했다.

 SLOOC의 전문위원들이 ‘손에 손잡고’의 음악템포가 장송곡 같다면서 행진곡처럼 빠르게 고치라고 성화를 불렀다.

 또한 전문위원들은 이 노래를 한글 가사로만 부르라고 요구해 영일형이 여러모로 애를 먹었다.

 그러나 영일형의 고집도 대단했다. 영일형은 “관중 10만 명이 넘는 스타디움은 감안 않고 독일 병정의 행진감각만 생각한다”고 맞섰지만 전문위원들은 끝까지 템포를 빠르게 고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손에 손잡고’의 템포를 고치지 않으면 노래를 ‘서울의 찬가’로 바꾸라고 위협까지 했다. 

 개막식을 몇일 앞두고 일어난 이 해프닝은 결국 9월 14일 리허설에서 ‘손에 손잡고’와 ‘서울의 찬가’를 함께 들으며 노래의 템포를 비교하는 소동으로 벌였다. 두 노래의 비교가 끝나자 전문위원들은 템포 문제를 철회했지만 가사는 한글 가사로 바꿔 부르라고 강력 주장했다.

 이에 영일형은 “서울올림픽이 무슨 전국체전이냐”면서 영어가사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전문위원들의 애국심(?)에 결국 져서 영어와 한글 가사를 섞어 부르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1절은 한글, 2절은 영어 부르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애국심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한글 가사로만 노래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에 참가한 159개국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한글 가사로만 부를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9월 15일 개막식을 하루 앞둔 우리 멤버들은 온갖 감회에 젖으며 달콤한 꿈 속을 헤메는 듯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냈다.

 서울올림픽 개막일 개막식에 우리가 ‘손에 손잡고’를 부른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가슴벅찬 일이었던 것이다.

 <정리=서울 김순환 기자>  옮긴이 김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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