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시대,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역할
지방분권시대,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역할
  • 최빈식
  • 승인 2019.07.10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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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선제가 부활하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지방분권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지방분권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참여민주주의를 이뤄 내겠다는 신념하에 각종 지방자치 관련 법령이 제정되었지만 도리어 법령이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는 자율적 예산 운영조차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권한은 없는 무늬만 지방자치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구성이 그렇다. 현행법상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상위기관으로서 실질적 통제권한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12조는 행정기구의 설치와 지방공무원 정원을 인건비 등 대통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기구의 설치기준, 직급기준 등을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조례의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받고 있다. 자자체 조직의 신설과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지방자치의 가장 기본인 재정권은 더욱 심각하다. 중앙과 지방의 업무분담은 4대 6 수준으로 지방 비중이 더 크지만, 세입은 8대 2 구조이다. 실제로 지방정부는 20%의 돈을 가지고 60%의 일을 하고 있다. 40%의 차액은 정부에서 주는 교부금과 국고보조로 메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80대 20의 세수구조를 최소 60대 40으로 바꿔 지방정부의 재정을 확충하고 보조금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지급을 통한 통제는 사실상의 중앙 및 지방정부간 수직적 관리체계를 만들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총액(기준)인건비 제도를 통해 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인건비를 통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조는 행정안전부장관이 매년 기준인건비를 산정하고 12월 31일까지 지자체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에 관한 규칙 제8조는 행정안전부장관이 기준경비를 7월 31일까지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자체재원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지방정부 위에 군림하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앙의 강력한 족쇄를 풀고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헌법에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지방정부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무를 발굴하고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자치분권의 기반 구축, 주민 참여의 확대, 재정분권의 확대,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지역 구축, 혁신도시 시즌2 사업 시행, 자치경찰제도입 및 교육지방자치’를 추진하고 있다. 즉 지방분권의 실현, 재정분권 추진, 자치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행정의 권한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이에 따른 책임도 무거워진다. 지방의 권한이 늘어난 만큼 지방정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누군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다양한 의사결정과 제도화 과정에 시민단체, 의회, 언론, 공무원노조 등 이해관계인의 실질적인 참여와 소통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공무원노조는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갈 가장 큰 조력자이면서 견제자 및 감시자에 해당한다. 광역 시·도, 기초 시·군·자치구 공무원들은 지역사회 밀착형 민생행정을 수행하면서 자치단체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자칫 무분별하게 남용될 수 있는 단체장의 권한, 예컨대 인사자율성을 앞세운 원칙 없는 불공정한 인사 등에 대한 견제는 공무원노조의 제1역할이다. 또한 자율성을 앞세운 터무니없는 예산낭비 사업 등에 대한 견제 역시 공무원노조의 몫이다. 지방분권시대가 열릴수록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역사적 사명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리고 그 시대적 과제 앞에 국민의 봉사자로, 견제기구로서의 공무원 노조가 있다.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행정 속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공직사회가 끊임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공직사회 내부감시자로서 자정 역할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이를 행정에 반영해 더 좋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분권시대 공무원노조의 다양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노조의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부패감시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과 공무원노조의 바람직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지역혁신의 책임 있는 주체가 되어, 조직내부를 개혁하고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로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최빈식<전라북도 공무원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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