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과 공공미술 : 공공미술을 통한 ‘지역’과 ‘마을’의 재발견
도시재생과 공공미술 : 공공미술을 통한 ‘지역’과 ‘마을’의 재발견
  • 이태호
  • 승인 2019.07.09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문화예술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토요 휴무제와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시간의 단축 등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 특히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향유하려는 욕구가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공공성(公共性)’을 주요 개념으로 삼으면서 예술과 일상, 예술과 삶이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고 있는 공공미술(Public art)은 일상의 삶 속에서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이자 도시재생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문화예술정책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의미하는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는 원래 존 윌렛(John Willett)이 1967년 그의 저서 『도시 속의 미술, Art in a City 』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가 흔히 공공미술이라고 부르는 퍼블릭 아트(Public Art)의 개념은 1980년대에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미술장식품’이라고 불렀던, 공공시설의 건축예산 일부를 예술작품에 할당하는 제도가 미국에서는 이미 1963년에 법제화되었고 ‘퍼블릭 아트’라고 불리기 전에 일본에서는 ‘야외조각’이라고 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공공미술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공의 장소에 지역의 공동체와 함께 만들어서 설치하는 모든 종류의 미술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공공미술은 비단 미술작품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시각적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시설물과 건축물, 디자인, 조명과 조경, 심지어 도시의 스카이라인(Sky-line)까지도 공공미술의 중요한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적 차별성’을 주요개념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자치단체들이 지자체의 경쟁력과 도시브랜드 제고를 위하여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공공미술은 비단 한 지역의 도시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한 국가의 문화적·경제적·사회적 발전수준을 가늠할 만큼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부터 최초로 도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개념을 도입했던 부천시뿐만이 아니라 2007년부터 서울시를 비롯하여 경기도와 경북 문경시, 부산 감천마을, 제주 서귀포시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추진했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그것이고 이런 공공미술의 파급효과는 사회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09년부터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있는 부산 감천마을과 제주도 서귀포시의 유토피아로(路) 등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공공미술을 통해 새롭게 구축된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한 ‘도시재생’과 ‘도시 마케팅’이야말로 지역의 부가가치를 재창출하고 문화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이 되고 있다. 이처럼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공공미술은 지역의 문화적·사회적 발전을 한 단계 제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2009년부터 진행되었던 ‘마을미술 프로젝트’ 중심의 공공미술이 예술가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마을’과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을 새롭게 관찰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의 특색에 맞는 작품의 주제와 이에 따른 작품의 완성도, 공간의 특성 등이 잘 반영된 작품을 통해 시각적·물리적인 공간개선은 물론이고 지역의 공동체 참여문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지역에 대한 자긍심 고취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과 지역민, 그리고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공미술은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담론과 논쟁, 서로 다른 접근방식들이 ‘소통과 협의’에 의해 서로 조율되고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에 참여하는 지역민들의 주민의식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지역과 마을의 고유한 특성과 주제에 부합하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주제로 지역주민과 관객들에게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업내용과 이를 통해 구현된 예술작품은 지역주민들의 높은 관심도와 참여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부산 감천동 <벽화마을>, 제주도 서귀포의 <유토피아로>, 전남 순천의 <시장과 남산 이야기 길>, 충북 음성의 <동요마을> 등은 공공미술을 통해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태호<익산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미술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