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원(茶園)
일본의 다원(茶園)
  • 이창숙
  • 승인 2019.07.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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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55>
일본 다원, 시즈오카시 제공

 시즈오카현은 차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일본의 연평균 기온보다 낮고 바다에 인접하여 혹독한 기후변화를 보이는 곳이다. 이러한 환경조건으로 차의 품질이 높다. 과거에는 다른 현에서 수확한 찻잎을 이곳으로 보내 가공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곳이며 높은 생산량과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 재배되는 차나무는 주로 야부기다종(Yabukita)이다. 이는 스기야마 히코사부로(1857~1941)가 시즈오카현에서 차나무 품종들을 교배하여 개발한 재배종이다. 1954년 공식적으로 등록되었다. 일본 다원의 70%가 야부기다종을 재배한다. 시즈오카현은 재배비율이 90%에 이른다. 날씨의 영향으로 저항력이 높고 향과 맛도 매우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일본 전역으로 재배가 확산되었다. 광범위한 재배는 다양한 산지에서 모은 찻잎들을 묶어 분류하는 데 매우 편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향미가 상실된다는 단점도 있다.

 일본의 다원들은 완만한 비탈면에 계단식으로 되어있다. 평지의 다원들도 상업용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 차나무가 잘 정돈되어있다. 이는 기계로 쉽게 수확할 수 있도록 ‘그늘막 나무’도 없다. 토양의 갈라짐과 양분의 고갈을 막기위해 이랑 사이에 볏짚을 흩어놓는다.

 평지에 차나무를 심어 다원을 조성하면, 어린 찻잎을 채취하기까지 대략 4~5년이 걸린다.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환풍기를 다원 곳곳에 설치하기도 한다. 높이 4m인 기둥에 환풍기를 달아서 찻잎을 보호한다. 아침에는 여러 층의 안개를 고루 분산시키고, 낮에는 땅에서 축적된 열을 유지 시키기 위해서이다. 찻잎의 어린싹에 이슬이 맺혀 영하의 기온에서 찻잎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풍기는 기온이 5℃에 이르면 자동적으로 작동하게 되어있다.

 차나무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나무 사이로 구조물을 세워 볏짚이나 합성섬유 재질의 그믈을 덮어주는 차광재배를 한다. 이로서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며 반작용으로 엽록소와 아미노산을 찻잎에 더욱더 보강하여준다. 덕분에 부드럽고 짙은 연두색의 찻잎을 생산할 수 있다.

 일본의 차 생산은 전문화 되어있다. 차나무재배에서 마지막 가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소규모의 차농은 찾아보기 어렵다. 재배자들은 완성될 차의 종류와 품질에 맞게 찻잎을 분리 채취한다. 채취한 찻잎을 직접 가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차를 만드는 가공업체에 판매한다. 대략 3단계를 거친다. 재배에서 가공업체로, 즉 아라차(원료차)를 품질별로 묶어서 차 시장에 경매로 판매한다.

 아라차란 부분적으로 가공한 찻잎을 말한다. 보통 65~75%정도 가공한 것으로 미완성의 찻잎에 줄기가 포함되어있다. 아라차는 반차, 센차, 보차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완성될 종류의 차에 맞게 분류 포장된다. 차의 완성품은 찻잎의 채엽 및 품질 단계에서 미리 결정된다. 유통업자들에게 배송되어 가공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일본의 차는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재배와 유통과 소매상인까지 많은 단계를 거친다.

 이때 아라차는 차 전문가들에 의해 테이스팅 된 뒤 여러 그룹으로 분류된다. 시즈오카현의 차 시장, 40년 이상 차 시장에서 몸을 담아온 시즈오카의 사또씨가 있다. 그는 차나무를 재배하는 아버지를 따라 찻잎을 팔기 위해 어릴 때부터 차 시장에 다녔다. 이제는 경매 규칙을 준수하고 판매량을 확실히 기록하는 등 차 품질을 감독하는 차 전문가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름답고 훌륭한 차를 맛보는 일이 가장 기뻤다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병에 넣어 판매되어 마시는 아이스티, 지금은 마시고 싶은 차를 언제든지 자판기에서 마실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차를 우려 마시며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단순히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좋은차, 평생 그 차맛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이라고 한다.

 일본의 섬세한 다원관리와 사람의 손이 필요한 차 시장의 감독인들, 이 모두 세계적으로 성장한 일본의 거대한 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섬세한 노력이 아닐까.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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