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반려동물들에 대한 공공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반려동물들에 대한 공공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 김우영
  • 승인 2019.07.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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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되었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기 위해서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이 명칭은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고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집에서 기르는 동물은 장난감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반려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지금은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1,952만 가구의 29.4%에 해당하는 574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실내에서 기르는 동물은 주로 개와 고양이, 앵무새 등이 많은 데, 반려동물의 인구가 올해 1,0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반려동물, 그리고 그와 관련된 문화와 산업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고, 누구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숫자와 그와 관련된 상품과 병원, 관련 시설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반려동물의 등장은 현대 사회의 도시화와 상업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도시화와 상업주의에서 비롯되는 삶의 황폐화와 고독감을 해소하는데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는 각자가 자기 중심적이 됨으로써 점점 소원해져 왔다. 이에 비해 반려동물들은 대체로 사람들과 쉽게 교감한다. 사람들은 동물과 교감함으로써, 현재 인간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상실감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점차 동물이 주는 이러한 혜택을 수용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동물을 더불어 사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반려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최근의 급격한 고령화와 비혼, 비출산으로 인한 1-2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사회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회지표에 의하면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이고 2025년에는 31.3%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추세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며 사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1-2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면서, 2017년 2조 3,000억원에서 2023년 4조 6,000억원,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들이 4가구 중 1가구 이상으로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이 우리의 일상생활, 경제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한 구성원이기도 하면서 사회 경제의 당당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반려동물은 가족 이상의 애착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사회적으로 격리된 저소득 취약계층의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은 가족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서로 의지함으로써, 삶을 지탱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반려자로 간주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일상생활의 한 축이 되면서, 반려동물을 부양하고 돌보는 문제는 이제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경우, 동물병원의 의료 수가가 비싸기 때문에, 필요한 반려동물의 수술이나 예방접종, 치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반려동물 보험에서도 예방접종이나 심장사상충 등 수요가 많은 항목에 대해서는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을 통한 접근도 쉽지 않다. ‘반려동물이 행복한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건 많은 지자체가 반려동물과 더불어 교류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경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격리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는 반려동물에 대한 공공 의료지원 프로그램이 더 절실한 것일 수 있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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