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대안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07.0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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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나라 정치는 마치 피 터지는 격투기장 같다. 피투성이가 되어 상대방을 향해서 돌진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래서 가슴 속에 한 가닥 희망을 얹고 살기가 버겁다. 눈만 뜨면 마주대하는 분노와 저주에 찬 목소리가 역겹다. 살기 어린 눈빛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날선 공방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작금의 현안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 서로 비난하기에 바쁘고, 분노와 혐오를 양산하며 편 가르기에 바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비난만 난무할 뿐,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는다. 최저임금제와 52시간 근로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약자에 대한 배려는 인색하다. 최저임금제란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부당하게 저임금을 받는 것을 막고 일정수준 이상 임금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사용자의 부담 가중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쉽게 이야기하면서 경제적 약자의 고통과 한숨에는 눈을 감고 있다.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면 일방적인 해답만 얻을 뿐이다.

 최근 남북미 정상들의 판문점 회동을 놓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이것을 ‘깜짝쇼’로 비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없었다고 화를 냈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도, 문재인 대통령도 상상력으로만 버티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설사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서로 협박했던 그 순간들이 지금도 그리워했을까마는, 그 평가는 사뭇 거칠다. 이해가 맞아 떨어질 때 새로운 구상이 열리는 것이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남이 하니까 배 아파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가 혹여 살피지 못한 점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다.

 또 국회는 어떠한가. 의원 한 사람마다 국가기관이라면서 그들에게 쓰는 국민 세금은 적지 않다. 그들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와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국민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당리당략에만 목숨을 걸었다. 유일하게 통제받지 않은 국가조직이면서도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급기야 국민들은 이젠 국회도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 하지 않는 국회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보편적인 원칙과 상식을 요구해야 한다. 일 하지 않고도 꼬박꼬박 세비 및 의정활동비를 챙긴다는 것은 더 이상 보편적 상식이 아니다. 채용비리와 이권 개입 등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리를 지킨다면 이것 또한 상식에 어긋난다.

 시대가 바뀌면 삶이 바뀌듯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바뀌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불 지핀 일들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대동소이한 것일까. 지금은 정적을 암살하고, 민주화를 외치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치에서는 예 쓰던 ‘독재자’와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지금도 그대로 쓴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얻어낸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룩해낸 국민의 저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 같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살아온 지난날의 광기는 작금의 평화마저 부인하고 싶은 것일까. 젊은 시절 마주했던 그 섬뜩한 말들이 지금도 정치판에 회자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학생과 시민의 항쟁으로 이끌어낸 1987년의 6.29선언은 우리나라 정치를 온전히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문과 감금, 허위조작으로 정권을 지키려고 했던 지난날의 잘못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했단 말인가.

 정치권의 상대에 대한 혐오와 분노는 결국 국민들을 편 가르고 협박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곧이듣다 보면 금방이라도 이 나라가 파산될 것 같다. 왜 사는 길을 이야기하지 않고 죽는 길만 이야기할까. 왜 지혜를 모으지 않고 싸움만 하는가. 서로 대안을 마련하면서 경쟁하는 정치는 어려운 것일까.

 

무울 송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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