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말뫼를 통해 본 군산
스웨덴 말뫼를 통해 본 군산
  • 황진
  • 승인 2019.07.0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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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폐쇄 결정 이후 스웨덴의 작은 도시 말뫼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2002년 한국 현대 중공업은 말뫼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단돈 1$에 사들인 바 있다. 이 사건 이후로 말뫼는 언제나 ‘말뫼의 눈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로 소개되었는데, 이 도시가 오랜 시간의 노력으로 새로운 혁신도시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군산을 비롯해 거제시 등 조선소가 위치한 도시들은 말뫼의 사례를 통해 위기 타개책을 찾고자 했다. 그렇다면 말뫼는 군산의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우선 말뫼가 제조업 붕괴의 위기를 딛고 혁신도시로 거듭나는 데는 장장 19년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을 밝히며 시작하고 싶다. 도시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함께 비전을 가진 그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도시로 꼽는 멕시코 쿠리치바도 도시가 혁신되는데 20년 가까이 노력한 시장과 그를 돕는 그룹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스웨덴 말뫼는 어떤 곳인가? 인구 30만 명의 항구도시로 군산과 매우 비슷하다. 우리 군산과 다른 점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과 1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이다. ‘외레순드’대교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다리는 코쿰스 조선소의 크레인이 우리에게 팔리기 직전에 완공되었고, 말뫼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쿰스 조선소가 폐쇄되어 실업률이 22% 가까이 치솟자 말뫼 시민들은 제조업 기반 대신 전혀 새로운 길을 가자고 마음을 먹는다. ‘외레순드’대교를 통해 북유럽 중심도시인 코펜하겐과 말뫼의 연결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사람이 와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시장과 시청, 시민대표,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전담 조직을 구성해 수차례의 토론을 통해 ‘친환경 도시’라는 비전을 택했다. 이는 기존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탈피해 신재생 에너지,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중심의 지식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말뫼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은 전혀 새롭고 혁신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새만금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한 정책은 적절하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제조업의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으면서 혁신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지구적인 기후 변화에 맞서 시급하고 중요한 사업이다. 특히 한국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2.1%에 불과한 까닭에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의 한 통계에 따르면 이 분야가 적어도 다른 발전 부문보다 고용효과도 크다.

 따라서 군산이 이 분야를 선도해 나가고 신재생 에너지 산업클러스터 구축에 성공한다면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도시로 충분히 전환해 갈 수 있다고 본다.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 생산량의 65%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고, 글로벌 고효율 에너지 분야에서 20%의 시장점유율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RE 100 체제를 염두하여 신재생 에너지 단지 인근에 RE 100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면 우리 군산은 특색있는 글로벌 제조업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에너지를 함께 모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말뫼는 혁신도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수많은 소통 과정을 거쳤고 집단 지성의 힘을 모았다. 우리는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원전, 대학입시 등에 대한 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제도이지 않은가. 스위스는 매년 4~5차례의 직접투표로 중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군산에도 이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적극 도입해서 시민의 목소리와 에너지가 시정에, 군산 발전에 담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말뫼! 자전거와 화석연료보다 바이오가스를 이용하는 곳, 우리 군산도 꿈꿀 수 있는 비전이라고 본다.

 황진<군산시민 정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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