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대신 ‘빵과 음료’…아이들은 웃지만 어른들은 ‘씁쓸’
급식 대신 ‘빵과 음료’…아이들은 웃지만 어른들은 ‘씁쓸’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07.03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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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총파업에 학교급식 마비
도시락과 빵, 음료수로 대신

“교육 당국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만하게 합의를 이뤄 학교가 하루 빨리 정상화 됐으면 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오전. 전주시 혁신도시 온빛초등학교 급식실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평소 같으면 급식 조리원들이 분주하게 점심 준비로 분주해 열기가 가득했을 공간이지만 이날은 조리기구들이 깨끗하게 정리된 채 아무도 없었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급식 조리원은 총 13명. 이들은 모두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앞으로 사흘간 이어지는 파업에 동참했다.

점심시간이 돌아오자 급식실에는 식판 대신 학교에서 준비한 빵과 음료가 놓여 있었다.

학교 교사들은 급식실을 찾은 학생들에게 반과 숫자를 확인하고, 반별로 대체 음식을 나눠줬다.

손에 쥔 빵과 음료를 보고 1학년 학생은 “맨날 밥만 먹다가 빵을 먹으니 기분이 새롭다”며 미소를 지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불만을 표시하기 보다는 색다른 점심시간을 맞이한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다만 교실 안까지 무거운 봉지를 들고 가는 학생들은 보며 몇몇 선생님들 얼굴에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각 교실에서는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준비한 점심을 먹기 시작한 학생들도 있었고, 일부는 빈 손으로 와 친구와 함께 밥을 나눠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켠에선 빵과 음료로만 점심을 떼우는 학생도 있었다.

해당 학교 측은 급식 조리원의 파업에 대비해 미리 학부모들에게 ‘며칠간 도시락을 싸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지문을 보냈다.

이날 준비된 빵과 음료는 혹여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교사들은 점심 내내 교실을 둘러보며 학생들이 대체 음식을 잘 먹고 있는지, 혹시나 끼니를 떼우지 못하고 있는 학생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최영자 온빛초교장은 “도시락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을 생각해 빵과 음료를 준비했다”면서 “파업기간 동안 단 한 명도 점심을 거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도내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7천571명 중 1천245명(16%)으로 집계됐다. 이 중 조리종사원은 585명, 특수교육지도사 22명, 돌봄교사 292명 등으로 파악됐다.

급식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는 전체 788개교 가운데 211개교로 이 중 196곳은 도시락과 빵·우유 등 대체급식이 실시됐다. 나머지 15개 학교에서는 단축수업 등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전북도교육청 박양상 과장은 “파업 대응 매뉴얼 등을 도내 일선학교에 전달해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원만한 임금 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교육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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