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북동을 문화마을로 개발하자
진북동을 문화마을로 개발하자
  • 이정희
  • 승인 2019.07.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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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모든 도시들은 ‘문화도시(文化都市)’를 꿈꾼다. ‘문화도시’가 마치 선진도시의 바로미터인 듯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도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북은 오래전부터 ‘예향(藝鄕)’으로 불리고 있다. 전주시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란 표현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아시아 문화심장터’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문화도시’란 무엇인가? 그 정의를 분명히 밝혀 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문화적인 사적(史跡)이 풍부하거나 학문·예술 따위와 같은 문화적 활동이 활발한 도시’를 문화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든 도시들은 나름 문화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모든 도시가 문화도시를 표방하기에는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선 문화도시의 개념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지리·역사적 풍부성보다 그 도시가 문화역사적 정통성을 간직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지역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얼마나 향유하고 있는지, 또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지원하고 있는지 등등이 현대문화도시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전북도와 전주시는 대표적 문화도시임에는 분명하다. 전북은 지리적으로 평야와 산간지대로 이뤄져 일찌감치 농경문화가 발달했다. 먹거리가 풍부한 전북은 ‘흥’과 ‘멋’, 그리고 ‘맛’을 추구했다. 그런 문화역사적 배경으로 전북은 ‘예향(藝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리고 예향 전북의 중심에는 전주시가 있다.

 전주시는 역사적 정통성을 간직한 ‘왕도(王都)’다. 후백제 도읍지이자 조선의 뿌리를 간직한 유일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전주는 또 ‘한(韓) 브랜드’ 중심지다. 한옥·한식·한지·한복·한국소리(판소리) 등 5대 한브랜드를 육성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마을 조성으로 지역주민의 일상 속에 문화를 접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주역 앞 ‘첫 마중길’과 ‘서학문화마을’이 사례다. 서학문화마을은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과 전주시의 도시재생 노력이 시너지효과를 낸 곳이다.

 전주시 도시재생 노력은 일찌감치 전국적 관심을 받아왔다. 집창촌인 ‘선미촌’에 문화를 입히고 있는 점과 삭막한 공단에 ‘예술공장지대’를 조성한 점 등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자체들은 노후공간에 어떤 방법으로 옷을 입히든 반드시 본질을 지켜야 한다. 보여주기식, 단체장의 치적을 나타내기 위한 접근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이 적어도 ‘빵(생계)’을 위한 창작활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여기에 한쪽에 편중된 문화콘텐츠 집중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일례로 문화마을 개발 및 육성은 도시흐름과 맥을 함께 해야 한다. 대중교통망과 연계될 때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 다중집합공간이기 때문이다. 철도, 버스길과 연계된 공간을 우선적으로 문화마을화(化)하는 방법이다.

 전주역 앞 대로에 ‘첫 마중길’을 조성한 것과 관련해 찬반이 여전하다. 뻥 뚫린 대로(大路)를 구불구불 소로(小路)로 만들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전주시는 ‘지역문화지수 전국 1위’를 자랑하는 도시다. 전주시민은 비록 불편할지라도 문화도시를 위해 감수하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으로 믿는다.

 다음은 고속·직행버스터미널과 연계된 ‘진북동지역의 문화마을화(化)’다. 주거밀집지역인 이곳은 재개발 바람이 불었던 곳이지만 지역주민은 ‘아파트 숲’으로 바뀌는 것을 거부했다. 고속터미널~숲정이교~숲정이성당 사거리~현대옥 삼거리~덕진구청 구간으로 이어지는 이곳 1km 구간은 새로운 문화마을 후보지로 손색이 없다. 전주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걸어서 전주의 문화를 감상 및 체험한 후 한옥마을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체류시간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해봄 직하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수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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