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추적해온 김동우 사진가의 전시
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추적해온 김동우 사진가의 전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7.0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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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메리다 한인이민사 박물관

 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추적해온 김동우 사진가의 개인전 ‘뭉우리돌을 찾아서’가 28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학동사진관과 류가헌의 교류전으로서 일 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기획전 중 하나다.

3·1운동의 후예이자 사진가인 한 청년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로 쫓으며 사진과 글로 기록을 남겼다.

 전시의 주제인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돌을 뜻하는 우리말로, ‘백범일지’에 쓰인 단어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김구는 일제 순사로부터 “지주가 전답에서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상례”라며 고문과 함께 자백을 강요받자 그 말을 외려 영광으로 여기며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고 다짐한데서 제목을 빌었다.

 사진가에게도 그 ‘뭉우리돌’의 정신이 없었다면, 보여주기 힘들었을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 전시장에 펼쳐지고 있다.

  그는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9개국의 독립운동 흔적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 후손들을 만나고 그 사연들을 다 기록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장인환·전명운 의거지, 쿠바의 독립운동가 임천택·호근덕·이윤상의 후손, 중국 상하이 윤봉길 의거지, 상하이 김구 거주지 터, 미국 안창호의 후손, 멕시코 애니깽 농장, 김기창 가게 터, 이종오 묘소,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최재형 가옥 등 이름을 다 열거할 수도 없는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인도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뉴델리 레드포트가 우리 광복군이 영국군과 함께 훈련하던 장소라고 했다. 머리털이 쭈삣 섰다.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뒤져보니 유럽에서 중미까지 내 예상을 뛰어 넘는 범위였다. 그 전까지 우리 독립운동사를 너무 좁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던 셈이다. 간질간질한 무엇인가가 가슴에서 퍼져 나갔다.”

 사진가의 작가 노트를 펼치니, 그가 독립운동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 맘먹은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처럼 세계일주를 하고 있던 계획을 송두리째 변경하고, 3.1운동의 후예로서 업보를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동우 사진가는 “독립운동의 최전선인 만주에는 지금까지 촬영한 9개국 만큼의 내용이 만주 벌판 곳곳에 숨어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든다”면서 “국내 달리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는 그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지연 관장은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일본, 동남아, 그리고 국내 각지를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찾아다닐 것이다. 내가 나서지 못하는 길을 대신해서 걸어가는 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전시의 의미를 보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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