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스마트팜
4차산업혁명과 스마트팜
  • 조배숙
  • 승인 2019.07.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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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일화들이 많다. 농민들에게 과도한 농지세를 부과하던 시절, 김제군 농지세가 강원도 전체 농지세와 맞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남의 곡창인 김제평야를 품고 대농가들이 많아 누진세까지 가산하여 그랬던 듯싶다.

 어려웠던 시절, 호남이 나라를 먹여 살렸다는 자부심 같은 일화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출발은 농지개량조합이다. 김제에 있던 동진농지개량조합이 전국 최대 규모였다.

 그래서였을까. 현대화된 경지정리의 첫 삽도 김제평야가 그 시작이다.

 네모반듯한 농지로 탈바꿈한 김제평야로 다른 지역에서 선진지 견학을 오곤 했다.

 견학을 온 농민들은 경지정리를 마친 김제평야를 바라보며 연신 탄성을 연발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전해 내려오는 일화 중에 “저렇게 논배미가 네모 반듯이 똑같으면 자기 논인 걸 어떻게 알고 찾느냐?”고 궁금해했단 이야기가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다.

 양파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양파뿐 아니라 감자도 폭락했다. 마늘도 폭락위기다.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정부의 농산물 가격대책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민간의 소비촉진도 한계가 있다.

 해마다 풍년농사를 원망해야 하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스마트팜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스마트팜 반대농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농산물 공급과잉에 대한 깊은 우려에 있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이라 하여 피하거나 돌아갈 수는 없다.

 스마트팜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농업부문의 첨병과 다름없다. 통일벼로 상징되는 녹색혁명을 거치며 광활한 농지를 보유한 호남은 수도작 등 전통농업이 주를 이루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도시 근교를 중심으로 비닐하우스 등 시설농업은 가히 혁명적인 농업의 변화를 가져왔다.

 수도작 등 전통농업에 익숙해 있던 호남농민들 사이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는 농사가 아니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시절도 있었다.

 뒤늦게 호남도 비닐하우스 등 시설농업에 뛰어들었지만 앞서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스마트팜 또한 농산물 공급과잉 우려에 더해 농사가 아니라는 인식의 벽이 가로놓여 있다.

 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농촌의 새로운 기회라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첫째, 수입농산물 대체 효과다. 얼마 전 익산형 스마트팜 농업을 선도하는 케어팜카페를 방문한 적 있다. 고부가가치 특용작물인 감초 농사를 짓고 있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듯 담배에서부터 간장에 이르기까지 감초의 쓰임새는 많고도 많다. 하지만 99%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30만평 감초 농사를 짓게 되면 국내소비량 30%의 수입 대체 효과를 낳는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

 도라지나 황기 등 식재료나 건강보조식품 등 소비가 많은 품목이지만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농산물은 차고도 넘친다.

 특히, 기초농산물 등 공급과잉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을 제한하고 수입대체가 가능한 스마트팜 생산품목을 정하자는 케어팜 대표농부 김태준 박사의 제안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둘째는, 귀농귀촌 인구 유입이 활발해질 수 있다. 가까운 과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말농장이 활성화되었다.

 당시 주말농장의 캐치프레이즈는 오도이촌(五都二村)이다. 닷새는 도시에서, 주말 이틀은 농촌에서 보내며 도농 간 상생하자는 취지다.

 스마트팜이 보편화하면 오도이촌(五都二村)에서 오촌이도(五村二都)로 도농 간 거주 패턴이 역전되리라 본다.

 스마트팜 3백평이면 3천평 농사와 맞먹는 소득이 가능하다고 한다. 도시은퇴자들의 인생 이모작 삶의 터전으로 농업농촌이 자리할 수 있다.

 셋째는 청년들의 도전 기회와 고령자들의 생산적 노후다.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문제화되었다.

 취업 문턱이 높은 원인도 있지만,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스마트팜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출퇴근도 가능하고 창업은 물론 월급제 농업노동도 실현될 수 있다. 나아가 노인일자리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에서 노인들에게 작물을 돌보게 하는 복지농업 치유농업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전북은 전통적인 농업중심 지역이다. 익산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자리하고 있다.

 김제에는 민간육종연구단지가 있고 혁신도시에는 농촌진흥청 등 농업관련 기관들이 들어서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 전통농업과 첨단농업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전북농업의 건강한 변화와 발전을 스마트팜의 성공모델에서 찾아야 한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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