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 예술마을 변신은 현재 진행형
서학동 예술마을 변신은 현재 진행형
  • 박승환
  • 승인 2019.06.30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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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마을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기로 한다. 지난번에 이은 두 번째 칼럼이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 예로 든 서학동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을주민들은 기대에 차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입주 작가들의 불안감도 함께 커가는 중이다. 아직은 저렴한 임대료임에도 빈 공간은 여러 곳이 보이지만. 그 이유는 한가지다. 아직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이든 관람객이든 일단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편하게 거닐 수 있는 거리로 탈바꿈하려면 아직 거기까지는 시간은 좀 더 걸릴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은 재건축, 재개발에 맞서 도시재생에서 유용한 행복한 삶을 위한 생활문화의 커다란 방향 길을 찾는 중이다. 국가적으로도 뉴딜 사업의 첫 단추로 지정된 서학동 예술마을은 무려 170억 정도의 거액이 들어가는 마을 재생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 중으로 마을주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서학동 전체를 아우르는 마을 협의체가 순조롭게 구성되었고, 사업을 끌어가는 센터 및 직원들도 채용 된 지도 여러 달이다.

두 곳의 주민 자치협의회도 각각 또는 연합하여 마을의 예술문화를 잘 지켜나가고 있다. 특히 마을 협의회중 하나인 ‘서학동갤러리길 협의회’가 주최하는 9월의 미술축제 ‘쿤스트 서학’은 전라북도에서 지정한 전주시의 대표 마을축제로 선정되어서 더욱 활기가 넘칠 것이다. 지난달에는 전국권 공중파 방송에 마을 분위기가 소개된 이후 단기간에서의 홍보 효과도 굉장한 듯하다. 상당수의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주민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쑥쑥 자라는 중이다.

하지만 이 마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마을의 예술인들은 예술마을, 갤러리 길 전시문화, 예술 공방거리문화가 완전히 자리잡기 전에 전주천 넘어선 한옥마을의 연장선으로 자칫 상업거리의 목적으로 발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마을주민은 이견이 없는 듯하다. 아이덴티티… 서학동 예술마을의 정체성은 골목문화, 공방예술거리, 항상 다양한 전시 및 체험 공간으로써 볼거리를 제공하는 갤러리 길 문화다. 수년 동안 마을주민들이 공들여 온 예술문화의 정체성이 흐트러질까 두렵다.

이런 문화는 스스로 자생하고 자정하지 않으면 절대 지켜낼 수가 없다. 국가도, 지역기관도, 기업도 관여하지 못한다. 그리고 후기 근대 문화의 거리 분위기다. 상당부분 손상 되었지만 그나마 보존해야 하고, 그 아기자기하고 아련한 기억의 분위기를 지켜 가길 바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편의 시설 위주로 3~40년 이상을 지켜온 건물들을 조금 불편하다고 편의만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면 마을의 정체성은 그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후기 근대문화의 ‘오리지널스’를 지켜가자는 이야기다. 그 마을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기억해 온 주택들이 골목들을 형성하고 있고, 약간 큰길에는 2~3층짜리 작은 건물들이 거리를 형성한다. 현대문명을 받아들이느라 신도로를 내고, 그로 인해서 볼품없게 조각난 건물 및 주택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에 불편을 느껴 각각의 주택에 모양대로 약간의 무허가 건축물도 하나씩 보태져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런 볼품없이 또는 자유롭게 막 만들어진 주택들과 예전 그대로의 골목분위기가 현대의 시각으로 볼 때는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아주 재미있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그 안에서 예술가들이 자리 잡고 조용히 작업공간을 이루고 있다. 요즘 들어 건축가들은 이런 마을들을 나름 괜찮게 평가해준다. 전주에는 이런 마을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예술마을로 명명된 것은 서학동이 유일하다. 그 이유는 서학동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상가인 ‘에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이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서학동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 현시대에서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제멋대로 자유롭게 이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서학동을 지켜가는 예술가들이다. 이들을 존경한다.

 박승환<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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