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브랜드의 골목상권 침투, 대책마련 시급하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골목상권 침투, 대책마련 시급하다
  • 안호영
  • 승인 2019.06.26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1년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석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SSM(변종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지역상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 8년이 지난 지금 지역상인과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법의 맹점을 이용해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으로 바꿔 지난 5월 23일 전주와 군산에 ‘편법’ 개점했기 때문이다.

 현행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르면 대기업 직영점과 임차료, 공사비 등 총 비용의 100분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가맹점) 점포는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돼 사업조정을 받아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대기업이 총 비용의 51% 이하로 지불하면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바로 개점할 수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그 점을 이용해서 ‘편법’ 개점한 것이다.

 혹자는 ‘편법’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집행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전주와 군산에 개점한 노브랜드는 ‘편법’ 개점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원래 전주와 군산에 입점하려고 했던 이마트 노브랜드는 직영점 형태로 사업조정대상이었다.

 이에 사업조정을 하고 있던 이마트 노브랜드는 상생협력법의 ‘100분의 51 이상’라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가맹점으로 바꿔 개점했다.

 이게 ‘편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지역의 중소 상인들과 약속했던 상생협력정신은 헌신짝처럼 저버렸다.

 이같은 이마트 노브랜드의 직영사업에서 가맹사업으로의 변경은 그동안 노브랜드 확장의 마지노선이었던 인근 소상공인과의 도의적인 상생협약에서도 공식적으로 손을 뗄 수 있게 된 꼼수나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것은 가맹점 출점 이후 벌어지는 각종 분쟁과 갈등에 대한 책임은 모두 총 비용의 ‘100분의 51이상’을 낸 가맹점주가 지게 된다는 점이다.

 즉,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대결이 아닌, 처지가 비슷한 소상공인과 소상공인간의 대결구도로 변질하는 것이다.

 신세계 그룹의 속내는 대형규모인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소형 규모의 E-MART 24시 등을 통해 대형 및 소형 규모의 유통점령이 아니라, 이를 넘어 이제 마지막 남은 중형규모의 유통구조인 이마트 노브랜드를 직영이 아닌 가맹점으로라도 개점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유통구조를 통째로 삼키고 책임은 소상공인들끼리 지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와 군산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이마트 노브랜드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전국에 가맹점을 개점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골목상권들은 쇠퇴하게 되고, 그 파장으로 지역에서 돈이 돌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 또한 위험에 빠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실제로 그 지표는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인근 10∼15km 이내 중소상인 소매업체들은 평균 매출이 46.5%나 감소했다.

 또한 경기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복합쇼핑몰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반경 18km가량에 이르며, 대형 패션아울렛은 21.3km, 창고형 대형마트는 15.8km, 백화점은 11.4km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복합 쇼핑몰 인근 2∼3km 인접지역은 임대료 폭등으로 중소상인들이 상권에서 쫓겨나가는 ‘둥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자체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고, 소상공인과 소상공인의 싸움이 아닌, 지역 상권의 보호와 재벌 유통기업의 시장독점 방지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안호영<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