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말은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 이소애
  • 승인 2019.06.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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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요즈음 나와 함께 시간을 동행하는 책 <<말의 품격> ㈜황소미디어그룹, 2017)은 꿈쩍도 하지 않던 나의 감정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에서 따온 글이다. ‘은밀하다’는 숨어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의 형용사다.

 은밀하다는 어휘가 참 매력적으로 생각을 파고들어 화장대에 놓여 있는 꽃을 상상해 보았다. 이기주 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 가끔이 아니라 일 년에 단 한 번만이라도 화장대에 꽃을 올려놓을 자녀가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웠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사람에게 책은 행복의 전달자였다. 낱말 하나하나가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도록 유인하는 마술과도 같다. 탐독하다가 매혹적인 글에 꽂히면 기억을 지키고자 밑줄 친 부분을 공책에 옮겨 놓는 일도 잊지 않는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고 해서 말의 품격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적인 성숙에서 품어나오는 은은한 말의 품격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의 향기일까.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에 나오는 무섭고 소름이 끼치는 남자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의 말, 말의 폭력에 지쳐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말의 소음에서 내적 성장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순간 떠올려 보았다. 순간적인 쾌락이나 즐거움이 아닌 행복의 조건을 알고 싶었다.

  <<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저자, 프런티어 출판, 2010)에 의하면 행복은 실천을 통하여 마음에서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것이며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한다.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찾으며 자신이 얼마나 느끼고 깨닫느냐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행복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기쁨과 같은 감정이 아니라 비교적 오랫동안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해야 한다. 감정의 느낌보다는 삶에 대한 평가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침묵 속에 있다고 한다.

 잠깐 시인이 접하는 사물에 대하여 행복의 소리를 찾아본다. 이는 인문학의 이념은 단순히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자기의 내적 성장에 있으므로 즐겁고 창조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행동인지 모른다.

 우주에서 가장 지독한 것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나는 시계를 선택하겠다. 시계는 착하다. 어느 누가 감시하지 않아도 시간만의 책을 읽으며 필사하는 노역을 하고 있다. 시간에는 빈틈이 없어 걸림돌이나 비탈도 없는 사물이다. 시계는 부자라고 정의를 내리겠다. 왜냐하면, 시간이 창고에 가득 차 있으며 그렇다고 시계는 시간을 헤프게 쓰지도 않고 축적하지도 않는다. 시간의 무소유 자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소리는 시간이 가는 소리여서 울음소리 웃음소리 새소리 침묵의 소리, 모두 들리는 순간 과거의 소리다. 말의 명령을 하지 않아도 인간은 시계에 순종하며 산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둥지를 짓고자 일부 새는 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선택하여 집을 짓는다. 조류처럼 인간도 생존을 위하여 어떠한 변화를 해야 하는가를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잊을 만하면 날아드는 스팸 문자, 시도 때도 없이 신경을 건드리는 충격적인 말의 공해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침묵의 독서가 아닐까.

 이소애 <시인/전주문인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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