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노인 보호, 제 역할 못하는 ‘실버존’
허울뿐인 노인 보호, 제 역할 못하는 ‘실버존’
  • 김기주·김선찬 기자
  • 승인 2019.06.20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전주시 효자동 양지노인복지관 일대 노인보호구역에 빠른 속도로 차량을 주행하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은 통상 30km로 속도를 제한하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는 추세이다.   최광복 기자
20일 전주시 효자동 양지노인복지관 일대 노인보호구역에 빠른 속도로 차량을 주행하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은 통상 30km로 속도를 제한하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는 추세이다. 최광복 기자

 “실버존? 어린이안전구역은 들어봤어도 실버존은 처음 들어봅니다”

교통사고로부터 노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실버존’이 시민들의 무관심과 지자체의 홍보 부족으로 허울뿐인 ‘안전구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버존은 명칭 그대로 교통사고에 취약한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구간으로 노인들의 왕래가 잦은 양로원이나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주변이 지정 대상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부터 도입된 전주시 실버존은 노인취업지원센터, 양지노인복지관 주변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

 도내 다른 시군도 전주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해당 구역에선 차량 제한속도가 어린이안전구역처럼 30㎞/h 미만으로 정해져 있으며 주·정차도 단속대상이다.

 하지만, 현장을 점검한 결과 실버존의 실상은 도입 취지와는 사뭇 동떨어져 있었다.

 19일 오후 전주시 효자동 노인취업지원센터 앞.

 실버존 지정된 이곳은 안내표지판과 제한속도 30㎞/h 규정 표지판 등이 설치돼 있는 것처럼 불법 주정차와 과속 단속 지역이다.

 그러나 센터 옆 도로에선 길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이 도로를 점령한 상태였다.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로 제한속도를 무시한 채 주행하는 차량이 즐비했고 노인들은 ‘실버존’에서 조차 아찔한 보행을 해야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 김모(74·여)씨는 “주차된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 이곳을 지나가기 겁난다”면서 “차량의 경적소리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중인 실버존과 같은 전시적 정책 때문에 도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보행자 중 65세 이상 사망자 수는 지난 2016년 48명, 2017년 75명, 2018년 49명 등 총 172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실버존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지자체 등이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해야 하며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강력한 단속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노인 관련 시설 뿐만 아니라 현장 조사를 거쳐 노인들의 통행이 많은 주요 지점을 선정하거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역 등을 대상으로 실버존 확대는 물론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홍보단계로 실버존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속과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실버존을 대중에게 인식시켜 노인안전구역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김선찬 수습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