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펫티켓 홍보 포스터 만들기
아이들과 펫티켓 홍보 포스터 만들기
  • 박성욱
  • 승인 2019.06.20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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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는 아직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 전이라서 꽃잎이 이슬을 먹고 싱그럽게 피어있다. 빨간 분홍 그라디에이션을 한 꽃 양귀비, 땅바닥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 바닥 융단을 까는 지면 패랭이, 아이들이 몽땅 따먹었지만 달콤한 꿀을 주는 파란색 꿀풀……. 아이들을 맞이해 주는 학교 아침 분위기는 늘 새롭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시작부터 인상을 팍 쓰게 만드는 녀석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개똥이다. 주중 아침에 학교에 와도 있지만, 월요일 아침에는 특히 더 많이 있다. 아이들은 교문에 들어서면 땅바닥을 보고 걷기보다는 주로 자신이 관심이 있는 대상을 보면서 걷는다. 친구가 왔는지,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누군지, 교실 쪽 창문을 보면서 누가 왔는지 참 여러 가지 볼 것들이 많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개똥을 밟을 때면 그날 하루 기분은 완전 ‘꽝’이다. 장난꾸러기들은 개똥 밟았다고 ‘똥남’, ‘똥녀’라고 놀리기도 하고 똥 냄새가 난다고 도망치기도 한다. 특히 신발에 붙은 똥을 나뭇가지로 떼어내고 풀밭에서 문지르면서 없앨 때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 냄새 나고 싫고 그 불쾌한 감정을 어쩌다 말하랴! 개똥은 아이들은 걷는 길 가장자리에 가장 많다. 종종 운동장 가운데에도 있다.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밟기도 하고 참 문젯거리가 되었다.
 

 도덕이란?

  도덕 시간에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과 도덕을 실천하는 것, 도덕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도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활 속에서 살펴보았다.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직)

 내 물건은 내가 정리하고 방 청소도 스스로 합니다. (자주)

 1인 1역은 매일매일 누가 보지 않아도 실천합니다. (실천)

 어려운 일이 있어도 친구들과 힘을 합해 해결합니다. (협동)

 게임을 더 하고 싶지만, 참고 정해진 시간만 합니다. (절제)

 그리고 도덕이란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도덕은 바람직한 행동 규칙이나 마땅히 실천해야 할 사람의 바른길을 말합니다.” 두 번째로 도덕적인 삶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다. 도덕적인 삶이란 도덕을 실천하면서 생활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세 번째로 도덕 공부를 해야 하는 까닭을 생각해 봤다. 도덕 공부란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도덕과 도덕 생활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도덕 공부를 통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자기 자신이 행복해진다고 아이들이 말했다.

 
 “그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네요?”

  갑자기 아이들 한 명이 말했다.

  “선생님 그럼 학교에 강아지 똥 싸 놓고 그냥 간 그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네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그래. 아니지. 똥은 당연히 치우고 가야지.”

 이 대답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개똥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이 막 접수된다.

  “선생님 우리 할머니가 산책하고 있었데요.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 강아지랑 산책을 나왔데요. 그런데 그 강아지가 똥을 쌌는데 치우지 않고 그냥 갔데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가 왜 강아지가 똥을 쌌는데 안 치우냐고 말했더니 우리 강아지는 똥을 안 싸요.라고 말했데요. 분명히 똥 싸는 것을 봤는데 안 쌌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죠.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강아지가 똥을 또 쌌어요. 어이가 없죠. 그 아주머니 페티켓 용품도 가져오지 않아서 그냥 갔데요.”

  “저는 엄마랑 00 면사무소 주변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뒤에서 어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개를 끌고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개가 똥을 쌌어요. 아주머니가 여보 그냥 가요.라고 말했는데 아저씨가 아니 비닐봉지를 가져왔어야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주머니가 다시 그냥 가요~라고 말했는데 착한 아저씨가 안 되지. 똥은 치우고 가야지. 하면서 나뭇잎을 따서 똥을 쓸어 담아 풀밭에 버렸어요.”

 아이들 눈이 동글동글하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 방귀 이야기를 재미있어한다.
 

 “선생님 우리 펫티켓 홍보 포스터 그려요.”

  강아지 똥 사건은 도덕적인 삶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교육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학교에 많아지는 강아지 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제가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

  “선생님 우리 펫티켓 홍보 포스터 그려요.”

  “좋아요. 크게 그려서 교문이랑 운동장에 붙여요.”

 두 모둠을 나눠서 모둠별로 포스터를 그렸다. ‘여기는 개 화장실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학교 동물들 화장실로 만들지 마세요.’ 문구도 참 재미있다. 칠판 크기만 한 두꺼운 광목천에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생각을 담은 그림들이 그려졌다.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똥 밟았던 일, 비닐봉지 챙기는 모습, 강아지 똥을 치우는 모습 등 아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내용들을 가득 담았다.

  요즘 사람들이 산책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펫티켓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아지 똥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다. 아무튼지 강아지 똥을 주제로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고 실천하는 재미있는 공부를 해 보았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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